서산시 운산면 가야산 자락 용현계곡으로 가면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마애불과 만난다. 국보 84호인 서산마애삼존불(瑞山磨崖三尊佛)이다.
가운데 석가여래불(釋迦如來佛)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과거불인 제화갈라보살(提和竭羅菩薩)을, 그리고 왼쪽에 미래불인 미륵반가사유상(彌勒半跏思惟像)을 조각해 놓았다. 지금껏 백제문화기행을 다니면서 서산마애삼존불은 아마 열 번도 넘게 찾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만큼 백제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것이 마애삼존불이다.
지금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해미나들목으로 나와 해미읍성과 개심사 등과 연계하면 적당한 시간에 좋은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이곳 답사의 백미인 마애삼존불은 서기 600년을 전후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 거상(巨商)의 시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당시 중국 교역로의 중심지였던 태안반도와 백제의 수도인 부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그러한 추측을 가능케 한다.
절로 편안하게 해주는 너그러운 미소도 미소지만 여래불의 수인(手印)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오른손을 위로 들어올린 것은 ‘시무외인(施無畏印)’이라 해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고, 왼손을 아래로 펴보인 것은 ‘여원인(與願印)’으로 ‘네 소원을 들어주마’란 뜻이다.
교역을 위해 중국을 왕래하던 백제 상인들이 이곳을 지나면서 뱃길에 무사하게 돈 많이 벌어오길 빌고 빌었을 것이고, 부처는 소원을 들어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환한 미소로 답했을 것이 분명하다.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패한 태극전사들이 내일 새벽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조별예선리그를 치르게 된다. 이 경기의 결과에 따라 대망의 원정 16강 진출여부가 판가름 나는데 허정무 감독은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고사를 인용하면서까지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루어지는 법이다. 무심하지 않다면 서산의 부처님도 소원을 들어줄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