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정국이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이른 모양이다. 6월 3일 당선자가 확정되고 취임까지 근한달간 인수위를 구성해 업무를 챙긴다고 법석을 떨고는 있지만 행정공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예비후보 등록기간과 선거열풍을 감안하면 근 두달간 굵직굵직한 행정은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정치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패배의 늪에서, 또 민주당은 승리의 기쁨에 일손을 잡지 못하기는 서로 마찬가지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의 당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어 민생은 뒷전인채 잿밥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형국이다. 오는 7월14일 전당대회를 앞둔 한나라당은 예비 당권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열기가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반면 6ㆍ2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8월 하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7월 중순으로 앞당기는 방안이 알려지면서 비주류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의’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당에겐 ‘반성’을, 야당에겐 ‘견제’를 주문했던 지방선거의 민의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를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내부 당권 경쟁에 이어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7.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하한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분주한 정치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6월 임시국회는 상임위 활동에 착수,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 활동기간이 토·일요일을 제외하면 5일에 불과한데다 여야간 입장차가 뚜렷한 쟁점 법안이 적지않아 법안 처리 실적이 극히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22일로 예정된 국토해양위의 세종시 수정안 처리문제는 여·야와 여·여 갈등을 증폭시킬 소지가 크고 임시국회 막판 의사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방선거 준비를 명분으로 미뤄놨던 일들을 전당대회와 7.28 재보선 등의 정치일정을 이유로 또다시 등한시 한다면 과연 국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각 정당은 6.2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경쟁적으로 머리를 조아리면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낮은 자세를 보였지만 정작 국회에 계류중인 민생법안 처리에는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국회의 모습도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