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상(李箱,1910~1937). 올해는 이상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20대 작가들이 모여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름하여 ‘이상과 제비다방’전이다. 이상이 금홍을 만나 1933년 7월에 청진동 조선광무소 1층에 문을 연 ‘제비다방’은 당대 문화예술인들의 아지트였다. 제비다방에는 박태원, 이태준, 김기림, 정지용, 구본웅, 윤태영 등과 같은 문인과 화가들이 모여 예술과 삶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지금은 위치조차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큰 유리창으로 된 근대식 건물이었다고 전해지는 제비다방은 이곳을 드나들던 사람들의 흔적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이번 기획전에서 성신여대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7명의 작가들(김 민, 김정은, 소 무, 이지애, 홍근영, 김도훈, 김지숙)은 80년 전 그들과 같은 20대 중후반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과 삶을 고민했던 제비다방을 현재로 옮겨와 추억한다.
참여작가인 소 무는 가면이라는 매개체로 한 이상과의 인터뷰에서 “이상은 사람이 아니라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평생 빗질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작소(鵲巢)머리에 수염이 뻗쳐있는 창백한 얼굴, 암울한 냉소가 파놓은 검은 동공,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길다란 코, 삼각진 턱에 비틀어진 입술 사이로 파이프를 문 모습, 그런 ‘사건적 인간’인 이상의 초상을 꼽추화가 구본웅은 빼어난 서양화법으로 남겼다. 이상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이것도 분명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번 전시에서 홍근영은 이상과 제비다방의 마담이었던 금홍과의 스캔들을 모티브로한 에로티시즘적인 드로잉과 조각 작품을, 김지숙은 먼지 쌓인 상자속의 짐처럼 현실에서 정리되어버린 이상의 제비다방을 나무를 이용해 작품화 했다.
지난 3월과 4월 서울 루미나리에 갤러리와 파주 교하아트센터에 이어 22일부터 7월 4일까지 수원 ‘대안공간 눈’에서 열리는 ‘이상의 제비다방’전은 천재적 삶을 살다간 이상을 추억하는 자리로서 손색이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