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 (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칼럼] 어느 이혼재판 과정을 보면서

 

최근 방송매체를 타고 떠들썩하게 회자되는 어린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들 대부분 부모로부터 방치돼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며 보도된다. 부모의 경제적 활동이 아동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거나 빈곤의 실상에 노출된 주거환경 혹은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조심해야 하고 대처해야 하는 요령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유인물로 혹은 선생님의 말씀으로, 부모들의 당부로 내용은 넘쳐 나는데, 사회 안정망에 대한 깊이 있는 대안이나 어른들의 고민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통계청이 작성한 이혼통계에 따르면 2003년 16만7천96건으로 (인구 천명당 3.5명의 이혼율), 2005년 12만8천468건, 2006년 12만5천32건, 2007년 12만4천600건, 2008년 11만6천535건으로 꾸준히 이혼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가족해체와 관련해 주변을 둘러보면 한, 두 명 많게는 서너 명들의 이혼가족을 볼 수 있다. 우리사회가 이미 이혼에 대한 사회적인 스티그마(낙인) 현상은 사라지고 있는 반면 이혼을 통해 발생되는 문제와 어려움에 대한 해결능력을 강화해야 하는 지점임을 보여준다.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 요인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여러 가지 사안들이 있으나 적어도 예측 가능한 부분에 대한 사회시스템의 보안이나 구축은 매우 중요한 측면이 있다 하겠다. 필자는 가정법원 상담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협의이혼과정의 여러 쌍들을 상담하는 기회가 있었다. 2년여의 활동을 통해서 얻은 것은 이혼을 하는 당사자들의 이혼준비가 너무 미흡하다는 것이다. 본인들의 심리상태나 경제적인 부분 혹은 부부일방의 유책사유에 의한 분노나 원망, 심리적인 불안정 등의 정서상태를 대부분 보여준다. 특히 헤어지는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심리적 측면들을 면밀히 고려한 부부를 거의 본적이 없다. 물론 필자가 만난 사람들은 그리 많지도 않고 특별하게 이혼을 준비한 이들도 아니다. 그러나 그간 한부모와 관련한 상담을 10여년 해오면서 얻었던 경험에서 본다면 협의이혼에 오는 대부분의 부부들과 비슷하리라 본다.

지난주 가사재판과정에 상담과 갈등조정이 도입돼 2년여 동안 진행돼온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을 견학하는 기회가 있었다. 입소문으로 듣고는 있었으나 방문해서 집적 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상당히 준비가 잘 돼 있었고 고민의 흔적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상담 대기실, 행복나눔실, 부부상담실, 놀이실 등 부부와 아동, 청소년, 집단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훌륭한 시설을 갖춰 놓고 있었다. 내부만 본다면 여느 상담기관과 비슷해 보였다. 처음부터 이런 시설과 인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필요에 따라 하나씩 만들다 보니 이제 재판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절차로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해당 판사님들의 좌충우돌 경험담은 보이지 않게 노력하신 열정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번 견학과정을 통해 일선에서 이혼을 바라다보는 시선이 참 많이 변화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10여년전 여성단체에서 한부모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겪었던 일들도 떠올랐다. 한부모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프로그램 설명보다 먼저 인식개선을 위한 설명을 끝도 없이 했던 기억과 이러한 프로그램이 이혼과정이나 한부모로 이전되는 과정의 부모들에게 제도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서서히 제도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그래도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큰 변화라면 이전에 주장했던 것들은 당사자들의 바램 또는 시민단체로서 제도적 변화의 축이었다면 이번 견학과정의 큰 의미는 ‘기관의 변화’라는데 반가움이 크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가 어느덧 일상을 넘나들며 ‘기관의 변화’를 이끌어 낸 측면도 있으리라.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읽어내며 적절하게 대처하고 제도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으리라. 또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주는 과거지향적 재판과정의 답습이 계속된다면 많은 이들의 삶속에서 용해되지 않은 상처와 아픔으로 자리하고 아이들은 더불어 제2, 제3의 피해로 내몰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이혼하고 이혼으로 인한 가족관계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미래지향적인 재판이 부부상담과 아동상담을 이끌어 냈으며 건강한 가족의 변화를 위한 준비를 법원이 해준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세상이 흉흉한 가운데도 때론 살아야 하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나라가, 정부가, 기관이 노력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