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서류를 뗄 수 있는 민원실은 공무원 퇴근시간이 지나면 여지없이 문이 닫힌다. 토지대장이나 주민등록등본 등 우리사회는 아직까지도 각종 민원서식을 요구한다. 세계적인 IT 강국이라고 자랑하지만 발품을 팔아가며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행정관서 문턱을 넘어야 하는 다분히 하드웨어 적인 요소들이 많다.
직장생활을 대충 마무리 하고 부랴부랴 행정관청을 찾기라도 하면 민원발급 창구는 이미 폐쇄돼 발길을 돌려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때로는 촌음을 다투는 사업일정도 어쩔수 없이 연장되고 만다. 민원혁명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일이다. 지난해 11월 11일 안산시가 전국에서 처음 민원실을 24시간 개방하는 ‘원더풀 25시 시청’을 개청한 것이다. 과히 민원혁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 정도였다.
민원발급 건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여권발급으로 인한 수익도 짭잘했다. 전국에서 몰려오는 민원인들로 인해 안산시가 민원의 메카라는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시는 이에 힘입어 야간에 몸이 아픈 시민들을 위해 25시 보건센터를 운영하는 계획도 추진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24시 민원실이 항상 웃고 찾아오는 민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술주정꾼들이 업무를 방해하거나 가끔 폭행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지난 2월 1일 문을 연 경기도청 24시 민원실도 황상사건이 꼬리를 무는 등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도청은 이같은 24시 민원실내 이야기를 담은 책자 ‘백일夜화’를 30일 발간했다. 물론 긴급 응급조치를 요구하는 전화와 한밤중 여권 발급을 요청하는 민원, 사람을 찾는 민원 등 내용도 다양하다. 그러나 민원실 상담사들은 최선을 다해 민원인들의 고민과 요청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전국 최초로 24시 민원실을 만들어 민원혁명을 주도한 안산시의 ‘원더풀 25시 시청’이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당선자가 운영시간 조정을 공표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