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宋)나라 사람 중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다.
그는 술눈금을 속이지도 않았고 술맛도 뛰어났으며 손님에게도 친절했다.
그런데 술이 팔리지 않아 매번 술이 시게 돼 버리게 되니 고민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마을의 현인으로 꼽히던 양천에게 찾아가 하소연을 했다. 그러자 양천은 그에게 “당신 집을 지키는 개가 사납소?”하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술집 주인은 개가 사납다고 술이 팔리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양천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요. 술을 사려 당신 술집을 찾는 손님들이 사나운 개가 무서워 옆집으로 가버리고 당신 집의 술은 시어 버리는 것이요”라고 대답했다.
이 고사는 한비자(韓非子) 외저설우(外儲說右)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고 한다.
한비자는 이를 인재가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천하를 평정할 계책을 군주에게 밝히려 해도 사나운 개가 있어 달려들면 불가능하다고 풀이했다.
즉, 한 나라에 사나운 개같은 간신배가 있으면 어질고 선한 선비는 웅지를 펴지 못하고 그 나라는 쇠약해 진다는 뜻이다.
요즘 정치권의 최대 화제는 개각이다.
6.2지방선거 이후 여권의 패배에 기인한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더니 드디어 시행되는 것이다.
지방선거 패배의 충격이 큰 만큼 개각의 폭도 청와대와 내각등에 걸쳐 클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예상이다.
걱정은 개각을 통해 국정 책임자 전반에 ‘사나운 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인사들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충성’이라는 이름으로 인재의 등용을 가로막거나 인재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막는 ‘사나운 개’는 사라져야 한다.
참다운 인재들이 적재적소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