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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자살유감

이해덕 논설위원

살다보면 때로는 세상이 싫어지고, 삶에 대한 회의로 번민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를 가리켜 ‘염세(厭世)’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염세주의 철학자로는 독일의 쇼펜하우어(1788~1860)가 대표적이다. 흔히 염세라 하면 자살을 떠올린다. 그러나 19세기의 이 위대한 염세사상가는 생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했다. 자살 따윈 결코 생각조차 한 적이 없는 쇼펜하우어는 비교적 장수했을 뿐 아니라 이발소에서는 면도도 못하게 했다. 금전에 대해서도 여느 상인 못지않게 악착같았으며 명예욕도 강했다. 그가 베를린대 교수가 돼 강단에 섰을 때의 일화는 염세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자신의 인기를 확신하고 있던 쇼펜하우어는 같은 대학의 철학교수로 명성이 자자하던 헤겔과 맞서기 위해 일부러 같은 시간대에 자기 강의를 넣었다. 그런데 헤겔의 강의실은 초만원이었고, 쇼펜하우어의 강의실은 고작 서 너 명밖에 들지 않았다. 화가 난 그는 자신이 기르던 애견(愛犬)에다 ‘헤겔’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끌고 다녔다.그에게 있어 ‘염세’는 그저 철학의 한 방편이었는지 모른다.

피안(彼岸)의 극락세계가 아무리 좋고, 요단강 건너 천당이 아무리 성스럽다 해도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뇌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오죽하면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낫다’고 했겠는가. 최근에 또 유명연예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한류(韓流)스타’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그의 죽음은 겉보기에 너무 충동적이지 않았나하는 안타까움마저 든다.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소식과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한 동반자살 기사를 접하면서, 꼭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동정을 떠나 나약한 인간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영국의 문학비평가인 체스터턴(1874~1936)은 ‘자살은 죄악으로, 삶에 대한 충성서약의 거부’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죽기는 왜 죽는가. 죽도록 사랑하며 살아도 모자랄 인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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