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는 기업형 슈처마켓(SSM)의 공세로부터 지역 영세 슈퍼마켓을 살리기 위한 정부당국의 회생책이다.
“내 집같이 드나들고 나들이 하는 마음으로 가고 싶은 가게”라는 뜻으로 경기도에만 현재 126개가 운영중이다. 도내에서만 연말까지 324개로 늘어날 나들가게는 대기업들의 슈퍼마켓 진출에 대항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그 성패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주무부서인 중소기업청과 경기도는 나들가게의 성과에 매우 고무돼 있다.
중기청이 지난 5월 1차로 개점한 나들가게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나들가게 54.5%가 매출이 10%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나들가게에 대한 개점만족도는 93%를 넘어섰으며 고객 수에서도 개점 전보다 증가한 점포가 62.4%에 이르렀다는 자랑이다.
급기야 중기청은 매출이 급증한 우수 점포 50개를 우수 나들가게로 선정, 성공사례 전파에 나서겠다고 팔을 걷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홍보공세는 실체 나들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영세 점주의 고민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우려를 사고 있다. 무엇보다 간판교체, 점포 리모델링, 종합컨설팅 등 외형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지원책이 체감되지 못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슈퍼마켓의 가장 커다란 경쟁력인 판매단가 인하를 위해 점주들이 그렇게 요구했던 유통물류센터 건립이 표류하고 있다.
경기중기청과 경기도는 총 100억원의 예산으로 수원, 부천, 고양, 안산 등 4곳에 중소유통도매물류센터를 건립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부지 매입 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나들가게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적 지원에는 손도 못댄 체 번지르한 시각적 효과에만 중점을 뒀다는 영세상인들의 지적에 대답이 궁한 상태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영세슈퍼마켓을 살리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와 영세업체가 정기적인 회합을 갖고 상생을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는 영세업체와 연계형 쇼핑이 가능하도록 쿠폰을 발행하거나 공동 홍보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영세업체는 소량판매의 전문성과 특화를 위해 독특한 판매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눈에 띠는 하드웨어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상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
정부의 지원정책도 ‘보여주는’ 정책에서 ‘보여지는’ 정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나들가게가 부도위기에 몰린 영세슈퍼마켓의 진정한 탈출구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발빠른 체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