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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대마불사(大馬不死) 더 이상은 안된다

 

한국사회에서 대마불사의 신화가 붕괴된 것은 1997년의 외환위기 때 재벌그룹을 대상으로 시작된 것이다. 대우그룹이 몰락했고, 대북사업에 적극 나섰던 현대그룹이 쪼개졌다. 쌍용·해태·진로 등 재벌 그룹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과거 30대 그룹 중 17개가 퇴출됐다. 재벌들은 다 발가벗겨졌고, 대우 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유와 지배구조를 바꾸고 투명성을 높이고 차입 경영을 자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휴대폰·LCD·자동차·조선 등의 분야에서 우리 대기업은 세계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높여나갔다. 국내 대기업들의 선전은 환율효과 및 감세조치, 확장적 통화·재정정책 등에 원인도 있지만,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마불사의 신화붕괴로 구조조정을 통해 외부 충격에 강한 체질을 만든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아직도 대마불사의 신화가 남아 있는 대표적인 두 개의 분야가 있다. 하나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건설산업 분야이고, 또 하나는 성남시의 모라토리움 선언에서 보듯 악화되고 있는 지방재정 분야이다. 건설산업의 위기는 아파트 미분양부터 시작됐다. 2008년 이후 지방을 시작으로 미분양 아파트들이 2009년 말부터는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건설업체들은 분양가를 할인하는 조치 등을 취했지만, 부실업체는 늘어나고 있다.

부실 건설업체라는 동전의 다른 한 면에는 저축은행의 PF대출 부실화가 있다. 2003년 부동산 경기 과열이후 저축은행들은 담보나 신용이 없어도 사업성 평가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경우 자금을 빌려주는 PF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보통 담보 가액의 50% 내외이던 PF 대출을 90%까지 했고, 심지어는 아파트 지을 땅을 사는, 일명 ‘브릿지론’ 대출까지 했다.

정부는 비록 환매조건부지만 올해 4월에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미분양아파트 2만 채를 매입키로 한데 이어서 최근 구조조정기금 등을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 PF채권 3조8천억 원어치를 사주기로 했다. 건설 관련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8%에 달하고, 종사자 수도 200만 명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서 정부지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들 업계는 사고가 터지면 정부가 해결해주는 대마불사를 내세워 도덕적 해이를 가질 수 있다. 건설경기 부진에도 과도한 아파트건설 경쟁으로 부실을 자초한 건설 회사나 수수료의 단맛에 빠져 PF를 남발한 저축은행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지방재정의 위기에 대해서도 방만한 운영과 허술한 관리시스템에 대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2007년에 있었던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파산도 ‘자치단체는 파산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의 신화가 만든 것이다. 나카다 전 시장은 이 신화에 기대서 석탄촌을 관광도시로 바꾸기 위한 재정확대노선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였다가 결국 채무누적으로 파산했다.

우리나라도 포퓰리즘에 젖은 자치단체장들이 무리한 투자 사업을 벌이고 호화청사와 축제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아서 언제 성남시나 유바리시 같은 사례가 터져 나올지 모른다. 일본 유바리시는 파산이후 7개의 초등학교와 4개의 중학교를 1개씩으로 통폐합했고, 400엔 하던 버스요금을 1천200엔으로 올리는 등 공공요금과 세 부담을 늘렸으며, 시립병원의 야간진료를 중단하는 등의 복지서비스를 줄였다.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은 결국 시민들이 피해자가 된다.

이 점에서 가칭 ‘지방재정위기관리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최근 보고서 내용에 관심이 간다. 이 속에는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해 자치권을 제한하거나 주민소환 대상으로 규정하는 고강도 방안이 포함돼 있다. 전국 137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를 거둬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할 정도의 재정 상태를 보이는 상항에서 더 이상 자치단체의 대마불사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