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할례 금지를 위한 아랍-아프리카 전문가회의"가 21일 아랍-아프리카 28개국 전문가들과 비정부기구(NGO)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카이로에서 개막됐다.ㅁ
이집트 퍼스트 레이디인 수잔 무바라크 여사는 사흘간 계속되는 국제회의 개막 연설에서 "우리 자녀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할례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역임한 엠마 보니뇨 현 유럽의회 의원도 연설에서 이번 회의는 여성 할례를 근절하기 위한 "투쟁의 새로운 시작"이라면서 여성의 할례 관행을 퇴치하기 위해 "전세계 모든 여성의 단결"을 촉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이집트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최고 지도자들이 참석, 여성의 생식기 일부를 잘라내는 야만적 관행이 결코 종교적으로 정당화될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집트 콥트 정교회 교황 셰누다 3세의 보좌관인 무사 주교와 수니파 이슬람 총본산인 알-아즈하르 성원의 `그랜드 셰이크' 모하메드 사이드 탄타위가 여성 할례의 종교적 정당성을 부인하고 나선 것.
무사 주교는 "여성의 할례에 관한 언급은 신.구약 성경 어느 구절에서도 찾을수 없다"며 여성 할례는 종교 지도자들과 언론이 "강력히 지탄해야 할 해로운 관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랜드 셰이크 탄타위도 "이슬람 샤리아(율법)의 양대 축인 코란이나 순나(예언자 무하마드의 언행록)에 할례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며 무사 주교의 해석에 동조했다. 그는 할례 문제에 관한 결정권은 의사들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이집트 의사협회 함디 엘 사이드 회장은 여성 할례가 소녀들과 성인 여성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기형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성의 할례에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각국이 할례를 제도적으로 금지할수 있는 법률 제정 문제를 비롯해 할례 퇴치를 위한 갖가지 방안들을 논의한다.
회의 주최측에 따르면 아랍과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1억2천만-1억3천만명의 여성이 할례를 받았으며 매년 200만명의 소녀들이 할례시술을 받고 있다.
주최국인 이집트는 여성의 성적 욕구를 억제하고 순결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할례를 1997년부터 법으로 금지했다. 또 올해를 `여성의 해'로 지정, 할례 근절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나 개발이 낙후된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수 여성들이 아직도 할례를 행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할례 반대 국제회의 개막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여성 할례 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공여국 회의가 카이로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