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를 통해 도의회 상임위원회로 통합된 교육위원회 제도가 도의원과 교육의원들이 ‘위원장’ 자리를 놓고 ‘사투’를 벌이다 결국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뒤로 물러났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20일 교육위원회를 열었지만 7명의 교육의원과 2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등원하지 않는 등 파행으로 치달았다. 21일에는 위원회가 아예 열리지도 못함에 따라 도내 교육사업 관련 안건은 8월 20일 임시회로 미뤄지게 됐다. 이에 7월 1일부터 교육의원 활동이 시작된 교육위원회 제도를 점검하며 향후 경기교육의 발전 방향을 살펴본다.
▲ 도의회 ‘교육위원장’을 둘러싼 갈등
도의회 교육위원회 파행 사태는 지난 16일 상임위원장 선임에서 민주당 박세혁 의원이 교육위원장으로 선출되며 시작됐다.
이날 교육의원들은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교육위원장 선출에 적극 항의했다. 이어 이들은 교육위원장은 교육전문가인 자신들에게 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도의회 1층 로비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했지만 교육의원들이 자기 주장만 관철하려 했다며 상호간 평행선을 달리게 됐다.
급기야 지난 20일 열린 교육위원회에는 교육의원 7명이 모두 불참함에 따라 관련 안건을 심의조차 못하고 산회했다. 일각에서는 23일 본회의에서 직권상정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결국 교육의원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8월 임시회로 안건 심의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교육위원회 파행에 따른 도교육청 사업 차질
이번 임시회 때 교육위원회에 상정된 심의 안건은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 예산제 운영 조례안과 경기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안, 경기도교육감 행정권한 위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등 4건이었다.
이중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안과 행정권한 위임 조례 개정안은 도교육청이 오는 9월 추진할 조직 개편과 관련한 사항으로 교육위원회에서 심의가 미뤄지며 전반적인 사업 차질로 이어질 것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조직 개편 관련 조례는 실·국 개편에 대한 업무규정을 담고 있어 심의가 늦어질 경우 도교육청 지원국에서 담당하던 교육복지투자사업을 기획관리담당관실로 이전, 교육국의 중등교원 인사관리 업무를 지원국으로 이전하는 사업 등이 추진될 수 없다.
도의회는 8월 20일 임시회를 열 계획이지만 민주당 의원들과 교육의원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9월 도교육청 조직 개편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어렵게 된다.
▲ 전국 5개 시·도 교육의원 등원 거부
지난 23일까지 전국 5개 시·도의회에서 교육의원들이 교육위원회 등원을 거부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시·도의회에서 일반의원이 교육위원장을 맡은 지역은 경기와 서울,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8곳이다.
이 중 교육의원들이 등원거부를 한 곳은 경기, 서울, 충남, 전북, 전남 등 5곳이었다.
경기도의회 교육의원 7명은 교육위원회 출석을 거부한 채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였고 서울시 교육의원 8명은 임시회 본회의 첫날인 지난 16일 ‘무기한 등원거부’를 선언한 뒤 퇴장했다.
충남과 전북, 전남 교육의원들도 ‘교육위원장직을 내놓으라’며 무기한 등원거부 의사를 표명했었다.
교육위원회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정원의 과반을 차지하는 교육의원들의 집단 거부로 이들 교육위원회는 출범 시작부터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된 것이다.
▲ 교육위 권한 강화, 자리 놓고 극한 대립
지난 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각 시·도교육청 교육위가 시·도의회 교육위로 통합되면서 교육위원장 권한이 막강해졌다.
시·도교육위가 처리하는 예산은 경기 8조2천억원, 서울 6조3천억원 등 전국 합계 32조원에 달한다.
또 각종 기금의 설치·운용, 중요 재산의 취득·처분, 공공시설 설치·관리·처분 등의 사안은 본회의 상정없이 직접 의결할 수 있다. 아울러 교육위원장은 교육청 인사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노른자위’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비대해진 교육위원장 자리를 일반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이력을 관리하는 자리로 여기며 교육의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최근 무상급식 등 교육이슈가 쟁점화되면서 교육위원장이 경력을 쌓고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자리가 됐다”며 “도의원들이 웬만해선 위원장직을 양보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교육위원회, ‘경기교육’을 중심에 둬야
시민들은 이번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파행을 두고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교육위원회는 처음으로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교육의원들이 참여하며 통합된 조직으로 발전했지만, 내용적으로 따라주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시민단체 도의회 모니터단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교육위원장이 민감한 자리다 보니까 상호간 갈등이 심화됐던 것 같다”며 “하지만 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상호간 다툼이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교육위원회에서 정치적 이권 다툼 하듯이 위원장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다 않다”며 “서로가 양보해 절충안을 찾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 관계자는 “8월 임시회에서는 도교육청 관련 안건이 심의돼야 정상적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며 “상호간에 양보를 통해 경기교육의 발전을 이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