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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한일병합100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 11월 대한매일신보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매국경축가(賣國慶祝歌)가 실린다. ‘경축하네 경축하네 이천만 국민 다 죽어도 나혼자 살면 제일이네 안 입고 안 먹을 리 있나 돈과 비단은 안 챙겼겠나 고대광실 좋은 집에 예쁜 여자와 즐기고 금으로 지은 옷, 옥으로 만든 음식 먹으며 내 몸이 가장 중요하니 국민은 무슨 소용인가(慶祝일세 慶祝일세 이천만生靈 다 죽어도 唯我獨生 제일일세 無依無食할리있나 無無帛하단말가 고대광실 好家舍에 絶代佳人 行하고 依玉食 自取하니 身外無物이라 국민은 何用인고)’

‘나라 팔아먹은 것’을 ‘경축한다’는 반어법으로 통렬히 비판한 이 풍자가사의 대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을사늑약에 앞장 선 박제순, 이완용, 이지용, 이근택, 권중현 등 을사오적이다. 이러한 대한매일신보의 항일 풍자가사는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1880~1936)가 직접 참여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이 있다. 외교권을 빼앗겨 사실상 일본의 속국이 된 것이나 다름없던 을사년은 온 나라가 침통한 분위기였다. 따라서 ‘을씨년’은 ‘을사년’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10년 8월 22일 오후 1시 창덕궁 흥복헌(興福軒). 을씨년스럽게 매미가 울어대는 가운데 ‘복을 부른다’는 이 전각에서 500년 조선왕조의 마지막 어전회의가 열린다. 회의 안건은 단 하나, 한일병합조약의 전권을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에게 위임하는 것이었다. 내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대신 조중응, 탁지부대신 고영희, 법부대신 이재곤, 궁내대신 민병석, 시종원경 윤덕영 등 각료들과 왕족 대표 이재면, 원로 대표인 중추원 의장 김윤식 등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완용은 한일 병합조약 체결을 위한 전권을 달라고 요구한다. 이에 순종은 망설였고, 황후는 국새를 넘겨주지 않으려고 치마폭에 감춘다. 하지만 실권이 없는 황실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마침내 순종으로부터 전권 위임장을 받아낸 이완용은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통감의 관저로 향한다. 병합조약이 체결된 시간은 오후 4시로 조선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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