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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로 유명해진 사람이 있다. 함형수(咸亨洙,1914~1946)시인이다. 그는 1936년 11월 서정주, 김동리, 오장환 등과 함께 만든 동인지 ‘시인부락(詩人部落)’ 창간호에 ‘해바라기의 비명(碑銘)’을 발표하며 유명해졌다. ‘청년화가 L을 위하여’란 부제가 붙은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碑人돌을 세우지 말라/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은 보여달라/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太陽같이 太陽같이 하던 華麗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해바라기와 보리밭, 노고지리는 같은 계절에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스물 세 살 함형수는 고흐의 ‘해바라기’와 ‘밀밭’에 강한 영감을 받아 감상(感傷)적으로 이 시를 썼다. 고흐는 1888년 여름 프랑스 남부 아를르에 머물면서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쓴다. ‘마르세유 사람이 부이야베스 생선스프를 먹는 것처럼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캔버스에 석 점의 해바라기 그림을 동시에 작업 중이다. -중략- 세 번째는 노란색 화병에 꽂힌 열두송이의 해바라기며, 30호 캔버스다. 이것은 환한 바탕으로 가장 멋진 그림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일본 손해보험사인 손보재팬이 1987년 당시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림 경매사상 최고가인 3천900만 달러에 사들였고, 2002년 자산재평가과정에서 소더비가 내린 감정가는 8천만~1억 달러였다. 기분 좋은 날 여행을 하면 ‘풍경이 나에게 말을 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강렬한 색채를 즐겨 썼던 고흐가 그랬을 것이고, 요절한 함형수도 그 땐 그림에 취했건 풍경에 취했건 아주 즉흥적으로 시를 썼을 것이다. 지금은 해바라기가 한창이다. 문득 생각나는 풍경은 1970년 소피아 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주연한 영화 ‘해바라기’를 찍은 스페인 코르도바의 끝없는 해바라기 밭이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운 해바라기도 정치 쪽으로 가면 갑자기 어색해진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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