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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연이란 더듬이로 세상을 읽는다

민통선~남도 이르는 사계절 시골풍경·사람향기 채집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정직한 삶 꿰어가는 혜안 담아

시골기행

강신재 글|갤리온/304쪽|1만4천원.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지혜와 우리네 삶의 역사, 하늘을 거스르지 않고 몸을 쉬지 않으며 마을을 내려놓지 않는 삶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토종벌은 귀가 시간이 늦으면 벌통에 들지 않고 풀잎에 몸을 만 채 노숙을 한다. 꽃을 딸 때 잎까지 같이 따면 꽃이 몸살을 하니 조심해야 한다. 연꽃은 오후에는 향을 풀지 않는다. 이 책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다.

물만 봐도 숭어의 크기를 가늠하고, 배추 속을 들여다보고 날씨를 읽고, 꽃봉오리를 보고 시간을 가늠한다. 모두 자연이란 더듬이로 세상을 읽는 사람들이다. 생명을 꿰뚫는 혜안이 잡담과 뒤엉켜 쏟아진다.

이 책은 민통선의 마을에서 남도까지, 대한민국 시골의 삶을 담았다. 저자는 지난 2년간 봄여름 가을 겨울 대한민국 시골의 풍경과 사람과 삶의 모습을 채집했다.

책에는 강원도 산골의 배추마을, 천일염으로 유명한 부안 곰소, 남도의 바다가 고스란히 들었다는 장흥의 매생이마을, 왕골과 짚풀로 유명한 태안의 대기마을 등 스무 곳의 시골의 삶이 생생하게 수록했다.

이를테면 곰소의 염부들은 말한다. “햇볕과 바람이 지어주는 귀한 밥을 그저 거두며 살 뿐”이라고. 무안 청계의 낙지마을 사람들은 “열두 시간은 볕 보고, 열두 시간은 물에 들며” 살아간다. 영양군 석보면의 담배 농사꾼들은 “세상에서 가장 고된 여름”을 보내며, 땀방울을 흘린다. 진도에서도 떨어진 섬 가사도의 어르신들은 “톳은 가슴속에 모타놓은 햇발로 말리는 것”이라며 삶의 애환을 이야기한다.

특별한 곳들도 등장한다.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꺼렸던 서울 봉원사 사하촌이 그 중 한 곳인데 억겁의 인연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절과 마을, 성과 속의 경계가 무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또 문화재를 이고 산다는 외암민속마을, 뭍에서 700미터밖에 되지 않는 섬, 전기도 수도도 없던 삶이 바로 어제였던 도심 속 오지섬 등도 만날 수 있다. 정직하게 행복한 시골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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