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우를 연기하는 내내 꾸미지 않은 내 청춘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순간순간 코 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연우는 가장 김소연다우면서도 수수하고, 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였습니다. 완전히 흠뻑 빠져들었어요.”
김소연(30)은 인터뷰 간간이 가슴벅찬 듯한 표정을 지으며 환하게 웃기도 했지만 끝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가에 눈물을 보였다.
그만큼 ‘연우’는 그에게 특별한 존재였던 것 같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SBS TV 월화극 ‘닥터 챔프’. 이 드라마는 시청률 11.6%로 막을 내렸지만 여주인공 연우를 열연했던 김소연에게는 진한 여운으로 인해 적지 않은 ‘후유증’이 남을 듯하다.
“‘닥터 챔프’는 루저들의 이야기였어요. 사랑도 일도…. 남자 주인공 지헌도 결국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땄잖아요. 고지식하게 일만 하는 연우나, 연기만 생각하는 저랑 많이 닮은 드라마였어요. 또 서른인 제가 20대를 돌아볼 때 ‘그땐 왜 그랬을까’ 싶은 시간들이 있고 그럴 때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우리 드라마가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제가 20대 때 긴 슬럼프를 겪었잖아요. 그땐 정말 다 끝난 줄 알았어요. 아무도 날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았죠.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이번에 연우를 연기하면서 다시 한 번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닥터 챔프’는 태릉선수촌을 배경으로 국가대표 선수 주치의인 연우와 유도선수 지헌의 일과 사랑을 그렸다. 연우는 스마트하지만 고지식하고 융통성도 없어 인간관계가 서툴다. 하지만 매사 열심이고 진심인 것만은 인정해 줘야하는, 순도 높은 캐릭터다.
“연우는 지금껏 제가 했던 역할 중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밋밋해보이기도 하고 부각도 잘 안 되는 것 같지만 전 너무나 하고 싶었습니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감정들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건강한 청춘드라마를 했다는 것도 너무 행복해요. ‘닥터 챔프’는 자극적인 게 없어 독립영화 같은 느낌이지만 참 건강했어요. 루저들이 주인공이었지만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건강한 루저들이잖아요. 드라마의 영상도 너무나 깨끗하고 담백해서 멋졌고요.”
김소연은 지난 1년 간 축복받은 연기자였다. 지난해 말 ‘아이리스’에서의 북한 여전사를 시작으로, ‘검사 프린세스’의 사랑스러운 된장녀 검사를 거쳐 ‘닥터 챔프’의 고민 많은 청춘인 의사 연우까지. 동급 배우들은 한 편도 제대로 못 할 기간에 그는 무려 세 작품에서 현란한 변신을 거듭하며 호평을 받았다. 아역 스타를 거쳐 2000년 스무 살 때 출연한 ‘이브의 모든 것’의 악녀 연기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소연은 그러나 2005년 MBC ‘가을 소나기’ 이후 2년여 슬럼프를 겪었다.
이후 2008년 ‘식객’으로 복귀했지만 허한 마음을 채우지는 못해 좌절하던 차에 ‘아이리스’를 만났다.
“‘아이리스’는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달려들었어요. 그때 만든 근육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살은 빠져도 근육은 안 빠지네요.(웃음) ‘검사 프린세스’는 아무도 김소연이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를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할 때 주어진 역이라 이를 악물고 했습니다. 적어도 제게 기회를 주신 분께는 누를 끼치면 안됐고, 제게도 밝은 면이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드라마 덕에 난생처음 ‘귀엽다’는 말을 듣게 됐어요.(웃음) ‘이브의 모든 것’이 10년 전인데도 절 여전히 차가운 악역의 이미지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검사 프린세스’ 이후에는 제가 귀여운 연기를 해도 몰입해주셔서 신기해요. ‘닥터 챔프’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 들어와 기뻤어요. 마혜리가 가장 밝을 때의 제 모습이라면 연우는 가장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제 모습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