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갯벌(2천393㎢)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해안 갯벌은 경사가 원만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며, 부유토사의 양이 충분해 미국 동부 조지아 연안, 독일의 북해연안, 남미 아마존강 유역, 캐나다 동부해안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중의 하나로 꼽힌다. 광활한 면적과 생물 다양성, 세계적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수 많은 철새들의 서식처로써 그 생태적 중요성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만큼 희귀한 곳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동안 갯벌을 쓸모 없는 땅으로 인식한 나머지 간척지 개발로 지난 수십 년간 김포갯벌, 영종도, 송도, 남동 갯벌과 남양만, 아산만, 시화호, 천수만, 계화지구, 만경강, 동진강의 새만금지구, 영산강 하구까지 엄청난 면적의 건강한 갯벌들이 사라져갔다. 경기도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평택항과 화성 제부도, 안산 대부도 등 경기 서해안의 갯벌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이들 지역 갯벌 30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 유류가 모든 지점에서 검출되지 않아 2007년 12월 발생한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사고로 인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또 납의 경우 국내 염전 토양오염 우려 기준인 1㎏당 400㎎보다 현저히 낮은 평균 10.9㎎만 검출됐고 30개 지점이 비슷한 수치였다.
이는 미국 해양대기청 퇴적물 권고기준인 1㎏당 46.7㎎을 적용해도 4분의 1에 해당하는 안전한 수준이라고 도보건환경연구원은 설명했다. 구리도 미국 해양대기청 기준인 1㎏당 34㎎보다 낮은 평균 14.2㎎이 검출됐고, 수은은 국내 염전 토양오염 우려 기준인 1㎏당 10㎎의 238분의 1 수준의 극소량이 검출됐다. 평택항은 태안해역과 인접해 있고, 제부도와 대부도 갯벌은 생태체험장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도 유류가 검출되지 않고 중금속도 극소량만 검출되는 등 매우 건강한 것으로 조사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앞서 갯벌이 사라지면서 어족은 10~40%, 게나 새우, 조개 등 저서(底棲)생물은 70%까지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 갯벌이 건강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갯벌면적의 42%를 차지하는 전남의 경우 순천, 무안, 신안군에 갯벌생태관이 건립돼 매년 30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등 관광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경기도 또한 이에 못지않은 갯벌과 관광인프라가 있다. 이제 남은 일은 보전이다. 자연은 후손들로부터 빌린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