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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세모단상(歲暮斷想)

지난 8월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스크린에 올린 ‘더 콘서트’가 최근 개봉됐다.

그러나 수작(秀作)임에도 흥행은 영 신통치 않은지 조기에 종영되는 분위기다. ‘더 콘서트’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구(舊) 소련 브레즈네프 시절 유대인 단원들을 감쌌다는 이유로 오케스트라 지휘자에서 쫓겨난 주인공 안드레이 필리포프가 볼쇼이 극장 청소부로 일하던 중 우연히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으로부터 온 초청 팩스를 손에 넣고, 옛 동료들을 모아 공연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여주인공인 안나 마리 자케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35번을 협연하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안나의 가족사를 복선(伏線)으로 깔며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실로 감동적이다. 이번 주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으로 ‘김종욱 찾기’가 있다. 대학로에서 공연돼 인기를 끈 동명(同名)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것으로, 첫사랑과 재회하려는 여자와 첫사랑을 찾아주려는 남자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맨 처음 사랑만이 첫사랑은 아니다’란 대사로, 백창일의 시 ‘배추흰나비’의 마지막 구절 ‘모든 사랑은 다 첫사랑이다’와도 닿아 있다. 이는 무엇보다 지금의 사랑이 소중하다는 반어적인 표현이다. 첫사랑을 이야기할 때 인용되는 심리학 용어가 ‘자이가르닉 효과’다. 이룰 수 없었기에 더욱 그립다는 것으로 ‘미완성 효과’라고도 한다. 이제 2010년도 달력 한 장으로 남았다. 지나고 나니 왠지 휑한 것이 첫사랑과 닮았다. 시린 가슴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더 콘서트’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은 눈 쌓인 들판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와도 같다. 이렇게 날씨가 가라앉은 날에는 블루마운틴, 모카자바나 에스프레소, 카페라테와 같이 갓 볶아낸 원두로 향이 강한 커피를 마시거나 우유를 섞은 부드럽고 은은한 커피가 제격이다. 이번 세모(歲暮)엔 사회적인 분위기도 어수선한 만큼 떠들썩한 송년회 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영화를 본다든지,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차분하게 새해를 설계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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