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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정규웅이 최근 우리 문단의 뒷이야기를 담은 ‘글 속 풍경, 풍경 속 사람들’이란 책을 펴냈다. 중앙일간지 문화부기자로 10여 년간 문학담당을 하면서 만났던 문인들의 이야기다.

책은 저자와 동년배인 ‘문단의 마당발’이었던 이문구를 시작으로 저항시인 김남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마치 우리 문단에 대한 마지막 증언과도 같다. 여류소설가인 누나 정연희의 영향을 받아 문학에 소질을 보였던 저자는 서울대 영문과에 진학하면서 김현, 김승옥, 이청준, 염무웅 등과 교유하며 문학적인 토양을 다진다. 당시 ‘영문도 모르고 영문과에 들어 왔다’는 저자의 우스갯소리에 불문과 학생이었던 김현의 대답은 “야, 나처럼 불문에 부치고 살아”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런 김현을 포함한 문리대 동급생 친구들의 이른 등단이 결국 자신을 문학의 길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한 계기가 됐다고 고백한다. 문단의 야사(野史)로는 이봉구의 ‘명동백작’을 빼놓을 수 없다.

안성 출신인 이봉구는 별호가 ‘명동백작’이었을 정도로 명동에 관한한 거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서른 무렵에 요절하며 명동의 아픔으로 남은 박인환은 ‘세월이 가면’을 노래했고, 전혜린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책엔 문인 뿐 아니라 성악가, 화가, 연예인, 술집마담 등 명동을 풍미했던 다양한 군상들이 등장한다. 또 명동과 함께 문인들의 거처였던 종로를 이야기 한 강홍규의 ‘관철동 시대’도 문단야사로 손색이 없다. 이 책엔 천상병과 김관식이 대작하던 관철동 대폿집 풍경과 황석영의 신명나는 걸쭉한 술판, 그리고 1960, 70년 대 문단의 숨은 에피소드가 녹아있다. ‘책 속 풍경…’에 소개된 재미있는 일화로는 소설과 박범신의 신춘문예 등단과정이다. 저자가 근무하던 신문사에 응모한 박범신의 작품 ‘여름의 잔해’는 예심에서 탈락해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었다.

이것을 우연히 발견한 저자가 작품성을 알아채곤 예심통과 작품 속에 끼워 넣었고, 당선의 영예를 안게 된다. 이러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며 친분을 유지한다는 두 사람이다. 다시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역량 있는 신인들의 등단을 기대해 본다./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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