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동차운전면허시험에서 기능시험(코스 및 주차시험)이 폐지되고 전문학원의 의무교육시간도 대폭 축소되면서 면허를 따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학원에 등록해야 했던 응시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28일 공개한 운전면허 시험제도 개선방안을 보면 운전면허 취득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운전학원업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자동차 교통사고발생률 1위국가인 한국에서의 운전면허 기능시험 폐지는 오히려 교통사고 증가에 촉매제가 될것 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에는 내년부터 변경되는 운전면허 시험변경안과 이에 대한 각계 반응을 살펴본다.
◇ 운전면허 기능시험 폐지
행정안전부는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운전면허시험제도 개선방안 중 주행시험에 기능시험을 과감히 폐지하고서 도로주행 시험만 보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능시험은 실제 운전능력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려워 국민 부담을 가중한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평균 기능시험의 평균 합격률은 66%불과, 평소 운전교육을 받은 전문학원의 익숙한 환경에서 시험을 치면 합격률이 92%에 육박하지만, 면허시험장에서는 42.1%로 뚝 떨어진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무조건으로 외우는 코스 보다는 주행 능력만 있으면 면허증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다만, 도로주행에 앞서 기본적인 자동차 기기조작법을 숙지하고 있는지, 주차능력은 있는지 등은 미리 평가할 예정이다.
학과시험도 문제은행 문항이 752개에서 300개로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어들어 문제가 쉬워지고 원하는 경우 10시간 교육으로 시험을 대체할 수도 있다.
한 번에 면허를 따도 학과시험과 기능시험, 도로주행을 보려고 최소 세 번은 면허시험장에 가야 하는 불편도 개선된다. 학과시험은 학원에서 보고 면허시험장에서는 도로주행만 보면 되기 때문이다.
전문학원의 의무 교육시간도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돼 교육받으러 학원에 가는 날은 8일에서 2일로, 면허 따는 데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75만8천원에서 29만7천원으로 줄어든다.
또 무분별하게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3회 이상 탈락하면 주행교육을 추가로 5시간 이수하게 하거나 1주일 정도 응시를 제한할 방침이다.
아울러 외국인을 위해 외국어 학과시험도 현행 6개 국어에서 몽골어와 러시아어 등 4개를 추가해 10개로 늘릴 예정이다. 학과시험은 전국 26개 면허시험장 외에 415개 전문학원에서 치를 수 있고 적성검사도 전문학원과 모든 병원에서 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기능시험 폐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야 해 일정시간 걸리지만, 전문학원 교육시간 축소 등은 시행령을 개정해 바로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부실 운전자 양산, 사고 증가
하지만 자동차학원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출퇴근 교통 체증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원의 한 자동차학원 관계자는 “기본적인 코스 주행 경험도 없는 응시자가 차를 몰고 나올 경우 교통사고 빈도가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필기시험 후 연습운전 면허를 발급하는 건 생명 안전띠를 푸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경기자동차운전전문학원협회 관계자도 “노련한 운전자가 옆에 있어도 한국 도로 여건을 감안하면 비상시 면허 응시자가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며 “기능시험 폐지와 안전교육의 간소화 절차는 개선책이 아니라 오히려 향후 심각한 교통 안전문제를 유발할 수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2~3일 내 관련 업계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 행정안전부 등에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시민들의 의견도 양분되고 있다.
수원에 사는 김모(34)씨는 “교통사고 사망률 1위를 다투는 나라에서 안전규정을 더 강화해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며 “차라리 돈을 내면 면허를 주게 바꾸라”며 반발했다.
회사원 박모(45)씨도 “행정절차상 번거로운 절차는 간소하게 바꿔할 필요성은 있는 반면에 대신 시험 난이도를 현행보다 더욱 높여서 취득이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며 “운전면허는 있지만 운전은 잘 못하는 운전자를 양산하는 이상한 현실”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대학생 최모(22·여)씨는 “평소 운전면허 시험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안았다”며 “요즘 현실에 잘 반영된 현실적 대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통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간소화 절차는 운전교육 비용과 절차상에 거품이 빠진것 사실이지만, 안전교육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 라인가 대책이 제대로 제시 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