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요? 우린 그런거 몰라요. 이번 설연휴 때 구제역이나 AI가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31일 오전 경기도청 신관 1층에 마련된 경기도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 이 곳에 들어서자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았다.
20여명 남짓한 직원 중 일부는 충혈된 눈으로 구제역 확산 전광판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한 곳에서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제역 방역 활동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이들 방역 관련 공무원들은 이번 설 연휴도 없다. 24시간 긴급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방역 근무는 평소대로 이뤄진다.
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번 설연휴에도 정상 근무해야 한다”며 “힘도 들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하지만 구제역 등으로 인해 시름에 빠져 있는 농민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설 연휴기간 동안 방역을 소홀히 할 경우 잠잠하던 구제역과 AI가 발생하면 도내 축산업이 사실상 붕괴되기 때문이다. 도는 이에 따라 설 연휴 기간 동안 군인·경찰 등 공무원 2천52명을 동원해 구제역과 AI 이동통제초소 464개를 운영하는 등 비상 근무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도내에서는 19개 시군에서 구제역이, 5개 시·군에서 AI가 각각 발생해 2천28농가에서 소와 돼지 160만9천159마리를, 63개 농가에서 닭과 오래 147만6천95마리를 각각 살처분했다.
반면 설 연휴 황금 연휴가 시작되면서 인천공항은 추위를 피하려는 가족 단위 해외 여행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설 연휴는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는데다 한파로 인해 따뜻한 동남아 등지로 떠나려는 여행객들이 겹치면서 인천공항은 연신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일부터 6일까지 설 연휴 동안 국제선 이용객 수가 지난해 설 연휴보다 13.9%가 늘어난 58만8천902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이용객 44만여명 보다 많은 수치며, 설 연휴 여행객으로는 지난 2006년 이후 최대다.
이처럼 구제역 상시 발생 지역인 동남아 등지로 떠나는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방역 당국이 또다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 방역당국은 각 공항으로 부터 해외 여행객들에 대한 여행지 등을 통보받아 방역에 나서고, 설 연휴 기간 동안 가축 백신 접종도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구제역이 발생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베트남·미얀마·팔레스타인·남아프리카공화국·앙골라·모잠비크·짐바브웨·잠비아·불가리아 등 11개국이다
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설 연휴 대비 구제역 방역 대책을 마련하고 방역 활동에 나설 계획이지만 해외 여행객들에 대한 방역 활동은 한계가 있어 설 연휴 이후가 걱정”이라며 “일단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 홍보 활동에 주력하면서 도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