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의 인구를 자랑하는 경기도. 수도인 서울을 지척에 두고 수도권으로 일컫으면서 전국 각지의 다양한 문화와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또다른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경기도에 최근 재개발을 명목을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 탓인지 마을 이름 선정을 두고 논란도 거세다.
대다수 입주예정자들이 기존 마을 본 따 지은 지명은 촌스럽거나 혐오스럽다는 이유를 들어 재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원주민이 아니기에 기존 지명에 대한 애정은 당연히 없을 터. 하지만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마을 명칭이 곧 부동산 시세로 이어진다는 심리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 지명과 신규 지명 선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수원 광교신도시 지명 선정, 입주예정자 ‘발끈’= 수원시는 광교신도시 마을 이름 선정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가 발표한 마을 명칭에 대해 입주 예정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는 최근 기존 발표한 마을 이름을 뒤집고 지명 재선정을 위한 용역에 들어갔다.
기존 수원시 지명위원회를 통해 마을 명칭을 가결한 곳은 광교지구내 8구역 11곳으로 역말, 금강수리마을, 길마재마을, 독바위마을, 혜령골마을, 여수내마을, 의상마을, 두릉리마을, 성죽골, 안골 등이다.
독바위 마을은 군부대 아파트 고갯길 옆에 장독 같은 바위가 있어 지어졌고, 혜령골 마을은 혜령군 묘가 있었던 것에서 유래되는 등 지형적 특정, 옛 지명을 반영해 선정됐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독바위, 혜령골, 여수내 등은 독(毒), 해골, 여우 등 부정적인 단어가 연상된다며 재선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강신도시 지명 선정 눈치보는 김포시= 김포시는 최근 한강신도시 9개 구역의 이름을 선정하기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였다.
마을 이름은 개발전 지명을 반영해 구래, 가오대, 오라리, 구지, 능모루 마을 등으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접한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인근 장기지구 주민들 역시 지명을 다시 선정해달라는 민원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마을 이름이 촌스러워 자신들의 부동산 시세에도 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기지구는 지난 2008년 명칭을 선정할 때도 마찰이 있었다. 이 곳은 청송, 초당, 고창, 수정마을로 정해졌는데 주민들은 청송교도소, 순두부, 초딩(초등학생)등이 연상된다며 반대해 왔다.
◇파주 신도시 명칭 두고 이견차= 파주는 마을 이름이 아닌 신도시 명칭 사용 자체를 두고 여전히 논란거리다. 파주시가 지명위원회 심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파주 교하신도시가 그곳이다.
신도시 명칭 논란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주시는 이 때 신도시 명칭을 교하신도시로 결정.고시했다.
운정신도시가 확대되며 교하지구가 신도시에 편입되자 관계기관 협의·지역주민대표 선호도 조사 등을 거쳐 운정지구와 교하지구 지명을 ‘교하신도시’로 통합한 것이다.
파주시는 행정구역명인 ‘교하’와는 달리 ‘운정’은 예전부터 있던 마을 이름에 불과하다며 정식 행정명칭을 신도시명으로 사용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도시 추진 단계부터 ‘운정신도시’란 이름을 사용해 왔던 입주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주민들이 현재 조성 중인 교하3지구 명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명칭 지정을 두고 제2라운드는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