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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무위이화(無爲而化)로 행하는 정치

 

무위지치(無爲之治)란 말이 있다. ‘성언의 덕이 크면 클수록 백성들이 저절로 감화돼 따른다.’는 뜻이다. 이 말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인데 “세상의 존경을 받으려면 말과 행동이 겸손해야 한다. 사람을 인도하려면 앞에서 외치지 말고 뒤에서 밀어야 한다. 그리하면 한사람의 원수도 만들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중국고대 전설상의 제왕인 요임금이 미복잠행해 민정시찰에 나섰다. 한 노인이 배를 두드리고 땅을 치면서 요임금의 덕을 찬양하고 태평성세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위지치의 이상이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정치란 요란한 구호가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 하는게 좋은 정치라고 할 때 쓰이는 말이 무위지치다.

일본 후쿠시마 현의 산골마을 야마쓰리라는 곳에서 있었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 선거가 일본열도를 달군 일이 있었다. 투표일을 열흘쯤 앞뒀는데 후보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것은 야마쓰리를 24년간 장기집권한 ‘네모토’단체장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주민과 의회가 그의 연임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또 그가 없는 야마쓰리는 상상할 수도 없었고 마땅한 후임자나 정적도 없어 이 직책을 물려 주어도 감히 감당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체장을 뽑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네모토 단체장이 주민들에게서 절대적인 신임을 얻은 이유는 그가 야마쓰리를 주민을 위한 ‘개혁 백화점’으로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야마쓰리는 작은 시골 기초단체지만 행정창구를 연중무휴로 운영했다.

 


평일에는 회사원이 출근하기 전에 이용할 수 있도록 오전 7시30분에 문을 열고 공무원의 집은 행정출장소로 활용토록 했다. 주민들은 관청까지 가지 않더라도 근처에 있는 공무원의 집에 찾아가 공공요금 납부나 각종 증명서 신청할 수 있었다. 공공요금도 깜짝 놀랄 정도로 싸다. 이런 작은 시골 야마쓰리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일본 정부의 대대적인 지자체 합병방침에 맞서 네모토 단체장이 ‘비(非)합병 홀로서기’ 선언을 하고 지방세 교부권이라는 절대권력을 가진 충무성을 상대로 산골 마을이 벌인 반란이었다.

하지만 야마쓰리 지자체는 인원 감축과 비용절감을 통해 교부세를 대폭 줄여도 견딜 수 있는 재정체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뼈를 깍는 구조조정에서도 네모토 단체장은 일반 직원의 월급은 깍지 않았다. 자신과 교육장을 포함한 고위직 월급은 깍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야마쓰리는 전 일본이 네모토를 배우려 견학하게 되는데 그는 무위지치(나서지 않고 다스린다)라는 한마디 말만 했다.

이 시대의 비극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정치가 없다. 국가를 운영하던 어떤 조직을 운영하던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정치는 선동이 아니라 감동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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