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도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수십 억 원을 들여 설치한 ‘해피 수원(Happy Suwon)’이란 도시브랜드를 일제 정비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피 수원’이 시정 구호에 불과하고 도시미관을 해치기 때문이라는데, 시는 대신 버스승강장 등에 도색된 ‘해피 수원’을 제거한 그 자리에 염태영 시장의 ‘사람이 반갑습니다. 휴먼시티 수원’이란 시정 구호를 써 붙였다.
그동안 수원시 도시브랜드로 사랑받아 온 ‘해피 수원’이 갑자기 도시미관을 해치게 된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이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전임자 흔적지우기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한마디로 전시(展示)행정을 위해 치졸한 말장난이나 하자고 쓸데없는 예산낭비나 해대고 있는 꼴이다.
‘해피 수원’은 ‘조화(Harmonious), 풍요(Abundant), 최상(Paramount), 번영( Prosperous), 젊음(Young)’을 뜻하는 영어단어의 첫 글자로 지난 2003년 조례를 제정해 수원의 도시브랜드로 공식 선포되고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으며 2007년 전국 도시브랜드 부문 대상까지 수상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사용했고 외국에까지 알려진 ‘해피 수원’을 일제 정비하는 이유는 김용서 전 시장의 흔적을 없애고 지난해 취임한 염태영 시장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공직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기존의 시정구호를 지우고 새로 도색한다면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만도 막대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나서서 부당함을 지적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문제다. 시장 재임기간 동안 눈치나 보고 복지부동(伏地不動)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이래가지고서야 공직사회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도시브랜드 및 상징 이미지는 39개 동사무소별로 대략 300~400여개에 달하고, 대부분의 택시나 버스 외부에도 ‘해피 수원’이란 브랜드가 붙어 있어 제거해야 할 도시브랜드는 수만 개에 이른다. 특히 대규모 아파트 단지 벽면과 동사무소 등 건물 외벽, 경사지 법면 등에 설치된 돌출형 문구들은 정비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이들 도시브랜드를 일제히 정비하고 도색하는데 만도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데 쓸 돈이 있으면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는 것이 ‘휴먼시티 수원답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 같은 브랜드를 위한 세부적인 실천계획을 세워 도시를 더욱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전임자 흔적지우기라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