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원전 방사선 피해 대처법
일본 동북부 지역에 규모 9.0의 강진으로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선 피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방사성 요오드가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우려해 다시마와 미역 등 해조류 사재기 열풍까지 불기도 했다. 과연 방사능 노출에 대한 암 발생 가능성은 있는지, 요오드화 칼륨의 복용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 방사선 피해 극복 현안에 대해 살펴본다.
▲ 방사선 노출과 암 발생 가능성
가능성이 짙다. 방사선 피해에 대한 위험성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이 떨어진 곳의 생존자 연구, 체르노빌 원전 폭발 후 연구에서 밝혀졌다. 폭발 등으로 대량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급성 방사선 조사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초기 1주일간에는 식욕감퇴, 구역, 피로, 설사, 두통 등이 온다. 뒤이어 방사선 노출량 정도에 따라 뇌 등 중추신경계 장애, 위나 대장 등 출혈, 골수 등 조혈기관 기능 저하 등 현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만약 생존하면 6~ 8주에 걸쳐서 회복기에 들어갈 수 있지만 안심할 순 없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뒤에 백혈병, 갑상선암, 유방암, 폐암, 피부암 등 각종 암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방사선량의 정도
1회의 가슴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0.006~0.011mrem(1mrem=0.001rem), 가슴 CT 검사에서는 0.7rem의 방사선을 받는다. LD50(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50%의 사람이 사망하게 되는 방사선량)은 3~4Gy로 추정된다.
이것은 가슴 CT검사 때 받는 방사선량의 500배에 해당되는데 즉 가슴 CT를 1회 찍으면서 받는 방사선량의 500배에 달하는 방사선을 동일 시간동안 한꺼번에 받게 되면 50퍼센트의 사람이 결국 사망할 수 있다.
▲ 방사선 피해 최소화 요령
전문가들은 방사선 피폭량은 방사선의 세기와 시간의 곱으로 나타나기에 최대한 노출시간을 줄여야 하고 방사선원과 피폭자 사이 거리를 최대한 멀리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일 방사선에 피폭됐다면 옷, 신발 등 오염된 물체들을 서둘러 제거하고 오염 가능성이 있는 부위까지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음식은 먹지 않아야 하는데, 체르노빌 사건의 경우는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 중에서 요오드, 세슘 등이 수일 동안유럽대륙의 농작물과 낙농제품을 오염시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은 식물의 표피를 뚫고 들어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잘 씻어내기만 하면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다.
수산물 역시 바다에 떨어진 낙진 때문에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 수 있으나 세관 검역 때 방사선 피폭 여부도 확인함으로 세관을 통해 정식 절차를 밟아 수입된 것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등에서 돌아온 사람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고 해도 오염된 옷이나 신발 등을 잘 제거하면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 요오드화 칼륨 복용
원전 폭발사고 시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능 물질과 함께 방사능 요오드이 다량 배출되는데 이 물질이 인체에 들어가면 에너지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에 농축된다. 갑상선에서 만드는 갑상선호르몬의 원료로써 요오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갑상선은 인체 조직에서 방사선에 가장 취약한 조직 중의 하나이다. 요오드 피해를 줄이려면 비방사성의 요오드 화합물을 섭취해 방사능 요오드가 갑상선으로 흡수되는 것을 차단 혹은 축소시켜야 한다. 요오드화 칼륨이 바로 방사능 방호약제가 되는 것이다.
▲ 요오드제 복용 방법
신체 부위에 손상을 입을 정도의 강한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만 비방사성 요오드를 섭취토록 하고 있다. 노출 정도가 낮으면 섭취할 필요가 없다.
요오드 물질은 방사성 요오드가 몸에 투입하기 전과 직후에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노출 전 12시간 이내에 먹으면 거의 완벽하게 갑상선을 보호할 수 있다. 이 때 먹으면 갑상선에 쌓이는 방사성 요오드의 90% 이상을 억제하지만 노출 후 4시간 이내에는 억제 효과가 50%로 떨어지고 24시간이 지나면 효과는 불과 7%로 급격히 감소한다.
방사성 요오드는 호흡을 통해 기관지 및 폐로 들어가고 또 입으로 들어간 것은 소화관에서 흡수돼 혈액 속으로 들어간다. 인체에 들어온 방사성 요오드의 10~30%는 24 시간 이내에 갑상선에 모이고 나머지는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 요오드화 칼륨의 부작용
요오드화 칼륨제를 복용했을 때 일어나는 부작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다량의 요오드가 일시적으로 갑상선호르몬 생산의 기능을 억제하여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올 수 있다. 또하나는 반대로 포화상태가 풀린 요오드가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돼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드물게 피부 가려움증과 같은 알러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 요오드화 칼륨 복용해야 하나
요오드화 칼륨은 암환자들의 치료에 따른 보호용으로 의사 처방이 요구된다. 미국 FDA에서도 방사능 피폭의 경우에 성인을 기준으로 하루 130mg을 권장하고 있다. 이 양은 하루에 필요한 요오드 기준치인 0.075mg(75ug)의 1천700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갑상선 질환 (갑상선 항진증이나 저하증)의 유병률이 비교적 높은 곳에서는 오히려 피부 가려움증 등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강한방사능에 직접 피폭된 것이 아니라면 복용할 필요가 없다.
음식으로는 해산물 특히 다시마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다시마 건조 중량 100g당 100~300mg의 요오드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식품으로 다시마를 많이 먹어서 단시간에 다량의 요오드를 체내에 공급해주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본다.
<도움말=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김주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