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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대학등록금 반값 논쟁? 한심한 한나라당

 

자동차를 타고 가다보면 도로변에 대학을 홍보하는 입간판들을 보게 된다. 게다가 이름마저 생소한 대학들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버스에 부착된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시내버스에 낯선 대학 광고가 있어 찾아보면 먼 지방에 소재한 대학들이다. 전국에 4년제 대학이 200개, 2년제가 150개쯤 된다고 하니 이름을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일반에 이름조차 생경한 대학들이 아무리 글로벌 교육이니, 높은 취업률을 떠들어 봐야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서울에 소재한 대학을 ‘서울대’, 수도권에 있는 대학을 ‘서울약대(서울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는 뜻)’로 부르는 마당에 지방대, 그것도 2년제 대학이 설자리는 그리 많지가 않다. 덩달아 지방 명문대들의 인기도 예전만 못하게 시들해졌다. 혹자는 이런 이름 없는 대학을 나와 봤댔자 대학입시보다 몇 십 배나 어려운 취업 관문을 어떻게 뚫을 수 있겠냐며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린다. 그러니 학생들도 학교에 대한 애착이 있을 리 없다. 아까운 등록금만 축내는 꼴이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등록금에 하숙비 대랴 등골이 빠진다. 그나마 변변한 직장에 취업이라도 되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대학 졸업까지 시키고서도 계속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것이 이들 자녀를 둔 부모들의 서글픈 현실이다.

지난해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82%로 10명 중 8명이 대학엘 갔다. OECD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유럽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40%대이고, 일본 50%, 미국 60~70%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이 현상은 1990년대 중반 대학 설립이 자유로워지면서 대학생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실제 대학 재학생수는 1999년 159만 명에서 2010년 203만 명으로 25%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대학 반값 등록금 논쟁으로 뜨겁다. 반값 등록금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표를 끌어 모으겠다는, 누가 봐도 속 보이는 정치적 계산인데 이마저도 의견통일이 안 돼 시끌시끌하다.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뼛속까지 바뀌어야 한다며 쇄신의 목소리를 높이더니 고작 한다는 짓이 이 모양이다. 이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무상급식에 호되게 당한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반값 등록금은 ‘민주당 베끼기’에 불과하다.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신랄하게 공격하던 사람들이 이젠 궁색해지니까, 체면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인다. ‘좌클릭’이니,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을 하고 있다’느니, 참 말들도 많다. 국민들을 우습게보지 않고서야 낯간지러운 줄도 모르고 이것도 정책이라고 내놨는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변변한 지하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믿을 거라고는 인적자원 뿐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인재를 키워야 한다. 너도 나도 대학 졸업장만 손에 쥔다고 인재가 되는 건 아니다. 제대로 된 대학에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 그런데 전국의 4년제 대학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7개 대학이 정원도 못 채우고 있다. 그러니 2년제 대학은 말할 것도 없다. 현실이 이런데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학의 부실만 더욱 키우겠다는 것과 같다. 부실 대학들을 놔둔 채 세금으로 등록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대학으로 장사를 하려는 일부 사학들의 배만 불려줄 수도 있다. 학생교육을 제대로 못하는 대학들은 마땅히 정리돼야 한다. 대학의 구조조정이다. 부실 대학 정리를 위해 지난해 제출된 ‘사립대학 구조개선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아직껏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 반값 등록금 운운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교육을 망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문이 넓어지면 그만큼 청년실업자만 양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에 연간 4조9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내걸고 있는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연간 7천억 원)의 정확히 7배 규모다. 부실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반값 등록금을 추진한다는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앞뒤가 안 맞는다. 단순히 내년 선거를 의식해서 반값 등록금을 내걸었다면, 그나마 당을 지탱해 온 보수의 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보수라는 정체성이 퇴색된 한나라당을 더 이상 어찌 한나라당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