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의 감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등과 같은 말들은 우리의 귀에 익숙한 말들이다. 이는 과거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약과 밀접했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라 할 수 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주된 산업이 농업이었던 과거 우리나라는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영양상태가 양호하지 못해 전염성 질환과 계절성 질환, 영양실조와 같은 질병들이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이러한 질병들을 예방하고 치료하고자 풀이나 나무 등에서 얻어지는 초본성 약재와 동물성 약재, 광물 등에서 채취한 약재들을 각 사람의 체질에 맞게 처방해 복용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발현된 증상에 맞춰 덧셈, 뺄셈의 형식으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일률적으로 두통에는 XXX, 감기에는 XXX라는 등식 아닌 등식이 매스미디어를 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게 됐다.
이후 약물 사용에 따른 여러 부작용들이 경도 혹은 중등도로 나타나면서 약물의 효능뿐 아니라 안전에도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개발된 약들은 실제 인체에 투여되기까지 시험관 시험으로부터 1단계, 2단계, 3단계, 4단계의 테스트(Test)를 거치면서 약으로서의 효능과 부작용, 적절한 용량, 배설되는 과정 및 효능 작용시간 등 약의 일생에 관련된 모든 내용들을 시험하고 있다.
여러 시험을 거쳐 판매된 약들일지라도 판매 후에는 그 약과 관련한 작용과 혹시 발견하지 못했던 부작용 발생 등에 대해 계속적으로 추적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1998년 미의학협회지(JAMA)와 2004년 영국의학저널(BMJ)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간 전체 인구의 0.32%인 10만명 이상이, 영국에서 연간 전체 인구의 0.15%인 1만명 이상이 약물로 인한 사고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이들 나라와 사뭇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약물로 인한 사고는 의약품 사용 시 잘못 사용된 오류(Medication error), 약물 남용, 부작용과 유전적 특이성(인종별, 가계별) 등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또 임의적으로 같이 복용하는 약물이나 알코올, 건강식품 등에 의해서도 약효 및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의 신체가 이렇게 많은 위험요소들에 노출돼 있음에도 비교적 안전한 것은 우리의 몸이 매우 섬세하고 매우 신비하게 계획적으로 창조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일례로 대부분의 약물이 몸 안으로 들어와 약효를 나타내고 부작용 없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은 몸 안의 여러 장기에 각각의 CYP 450(Cytochrom P450)이라는 효소들이 분포돼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CYP 450(Cytochrome P450)이라는 효소는 인체 내로 들어온 물질들을 활성화시키기도 하고 불활성화시키기도 한다. 이 효소들은 주로 간과 소장에 분포하고 있으며 39개 소그룹에 1천개 이상의 다른 효소들로 구성돼 있다.
요즈음 이 효소들의 다형체(Polymorphism)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인종과 가계에 따라 각 효소들이 인체 내에 조금씩 다르게 존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약의 효능과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인종마다 조금씩 다른 약물대사효소와 약물수송체에 의해 같은 약물을 복용하더라도 코카시안(Caucasian)으로 대표되는 유럽-아메리카인종, 아프리카 인종, 아시아 인종이 다른 반응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모델이 ‘와파린(Warfarin)’으로 혈액응고를 억제시키는 약물이다. 이 약물은 CYP 450 1A2, 2C19, 2C9, 3A4 효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효소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질병 치료를 위해 1㎎을 복용해도 효과를 나타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45㎎이상을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인체 안에서 다르게 형성되고 활성화된 효소에 의해 적정 약 용량이 수십 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적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처방해 투약한다면 치료효과를 나타낼 수 없거나 과용량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처럼 유전체 정보의 발달은 약물의 효능 및 부작용 발생 가능성 여부뿐 아니라 개개인별 취약한 질병 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유전체 해독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더 많은 유전적 특이성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밝혀지므로 개인별 유전체 지도에 따라 가장 적절한 약물이 가장 적절한 용량으로 선택 처방되는 맞춤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인별 유전자 지도를 가지고 병원과 약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유전자 맞춤 의약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