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판교분기점~성남나들목 중간지점에는 판교신도시에서 가장 많은 25개동 1천100여 가구가 입주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는 곳이다. 고속도로변과 아파트 건축물 사이 거리는 30~40m 정도에 불과하고 고속도로 위로 아파트 5개동 10개층 정도가 불쑥 솟아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 소음이 고스란히 아파트로 전달된다. 누가 봐도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당연히 아파트 주민들의 원성이 커 졌다. 공동 사업자인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분당구 운중동 판교신도시 북단과 인접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1.84㎞ 구간이 110m 가량 북쪽으로 옮겨진다. 이 계획은 2008년 10월 국토해양부가 LH, 성남시, 도로공사 등과 가진 대책회의에서 확정됐다고 한다. 총 1천63억원이 소요될 이 공사는 올해 말부터 2015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인접한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이 극심한 차량 소음을 견디다 못해 집단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2개 동의 경우 고속도로에서 불과 33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하니 소음이 얼마나 심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도로 이전 자금은 원래 판교신도시의 공공시설물 건설에 투자될 재원이다. 성남시와 LH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판교 주민들은 1천억원 규모의 복지시설을 잃게 됐다.
이전 예정 도로가 포함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판교∼학의 8.8㎞ 구간은 1995년 7월 준공됐다. 판교신도시 건설초기부터 소음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문제가 커지자 사업자들은 고속도로변에 3m 높이의 방음벽을 세우는 ‘미봉책’을 선택했다.
게다가 해당 고속도로 구간의 교량이 방음시설 하중을 견디지 못해 방음벽 설치도 무산됐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돈 1천여억원을 쏟아붓게 됐으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다. 무엇보다 성남시와 LH가 더 많은 개발이익을 챙기려고 주민 편의와 쾌적한 환경을 등한시한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초호화 시청사를 지어 물의를 빚었던 성남시는 판교특별회계 차입금 5천200억원을 갚을 수 없다며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했다. LH는 방만한 개발투자로 125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다. 일반 기업 같으면 도산한 것과 마찬가지인 성남시와 LH가 1천억원 넘는 고속도로 이전 비용을 함께 부담하게 됐으니 재정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공익적 목적의 재원이 이번처럼 황당하게 낭비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