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년전 정조대왕이 수원을 계획도시로 만들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이다. 정조대왕은 백성들의 삶을 무엇보다도 중요시 했던 것 같다.
정조대왕이 만든 수리리설만 봐도 그렇다. 수원화성의 서쪽에 위치한 축만제는 천년만년 만석의 곡물생산을 축원한다는 뜻으로 이름 붙여졌다. 만석거와 만년제 등은 인근 농토에 물을 제때 대기위해 만들어 놓은 수리시설들이다. 이 저수지들은 정조대왕의 권농정책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적으로 조선후기 농업사 및 관개시설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었다.
수원 화성 장안문 밖에 북문상권이 있다. 한 때 수원 상권의 중심지로 부상하던 때도 있었다. 알고 보면 이 북문상권의 원조가 정조대왕 이었다면 믿겨질까. 북문상권을 동북으로 감싸고 있는 거북시장은 정조대왕이 화성 축성 당시 조성된 것이다. 수원 화성과 그 역사적 의미를 같이 하고 있다.
수원시는 유수깊은 거북시장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거북시장과 주변 주거지역 등 13만1천여㎡를 ‘느림보타운’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오는 2016년까지 모두 126억원을 들여 다양한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또 근세 들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영화역 52칸을 전북 전주 객사처럼 한옥형태로 복원해 조선시대 주요 교통, 통신기관으로 활용되던 역참을 새롭게 조명하기로 했다.
이같은 시의 도움에 힘입어 거북시장 상인회(회장 차한규)도 팔을 걷어 부쳤다. 오는 1일 오후6시 장안구 장안문밖 거북시장에서 ‘정조대왕 맞이 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축제에서는 조선시대 정조대왕의 화려한 행렬을 화성의 유수와 장영외영(壯營外營) 군사들이 맞이하는 모습을 재현하게 된다.
왕의 행렬은 거북시장 느림보 타운 일대를 돌며 상인들과 손님들을 격려하게 된다. 정조대왕 영접행사는 수원의 극단 ‘성’ 김성열 대표와 단원들이 맡는다. 영접행사 후에는 풍물단과 댄스스포츠 공연단, 우리춤 공연단 등이 나와 축하공연을 펼친다. 이밖에 상인회는 지난 4월 23일 느림보타운에서 새숱막축제(막걸리축제)를 열어 수원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북문상권의 60여 음식점주들은 이같은 상인회의 뜻깊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느림보타운이 현대와 역사가 가미된 재래시장 성공사례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