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 19일 부산 사직구장. 가을비로 그라운드는 촉촉이 젖어 있었고, 관중석은 썰렁하기만 했다. 한화와의 경기를 앞둔 롯데 프런트에선 경기시작 시간이 다 되도록 텅 비어 있는 관중석을 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사직구장 입장관중은 69명. 시즌 최소관중 기록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그보다 더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다. 롯데는 이날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기념해 롯데 로고가 찍힌 옷이나 모자를 착용한 관중을 무료 입장시켰으나 입장관중 가운데 롯데 로고를 보여준 관중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날의 사직구장 관중은 역대 두 번째 최소 관중수로 기록됐다. 역대 한 경기 최소 관중은 1999년 10월 7일 전주구장에서 열린 쌍방울과 현대의 경기로 54명이다. 1991년 프로야구 8구단으로 시즌에 합류한 쌍방울은 IMF이후 모기업이 위기를 맞으며 상황은 날로 어려워져갔다. 1999년 들어 KBO에 의한 위탁 관리가 이뤄지고, 설상가상으로 팀의 주전들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다. 쌍방울은 1999년 시즌단일 시즌 최다 패 기록인 97패(28승 7무)를 기록하면서 프로야구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롯데는 이날의 패배로 97패를 기록하며 쌍방울과 같은 한 시즌 최다 패라는 수모를 당했다. 롯데는 1991년 8개 구단 중 최초로 100만 관중을 돌파한 팀이다. 이후 92년과 95년에도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프로야구 붐을 이끌었다. 하지만 팀이 불화를 겪으며 성적마저 바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자 팬들은 싸늘하게 롯데를 외면한 것이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웨스턴리그가 연장 10회말 이병규의 끝내기 결승타에 힘입어 이스턴리그를 5-4로 이겼다. 이로써 전반기 페넌트레이스의 대미를 장식한 한국 프로야구가 올 들어 관중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전체 532경기의 56%인 307경기 만에 4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이는 1995년 344경기를 무려 37경기나 앞당긴 기록이다.
이대로라면 산술적으로 올시즌 누적 관중이 694만여명에 달해 최초로 6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것은 물론 700만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가장 두드러진 관중 증가율을 보인 팀은 현재 선두 KIA로 지난해 대비 31%나 많은 관중을 동원했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