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의 달콤함과 또 화려함의 유혹에서 헤어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공짜 여행의 그 짜릿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만사 제쳐두고 비행기 트랩을 오르는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수십년전 정치적 위기에 몰린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자의반 타의반’ 이란 말을 남기고 도피성 외유를 떠난 적이 기억나기는 하지만 25일 허재안 경기도의회 의장이 외국 여행길에 오른것은 사리 분별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어찌됐든 당사자인 허 의장은 티셔츠 차림에 썬글라스 쓰고 여기저기 관광지를 돌며 해외관광의 꿈에 푹 빠져 지내겠지만 그는 몇일 후 다시 도의회 의장석에 돌아와 그동안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행세를 할 것이다. 어차피 허 의장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해외여행인 만큼 여행경비는 지원될 것이 뻔하다. 도의회 의장정도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해외여행을 떠나면 으레히 여기저기서 여행경비로 쓰라며 건네는 돈이 꽤된다. 이런 재미로 해외여행을 간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허 의장이 이러저런 비난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큰 문제다. 허 의장은 25일 우리나라를 떠났다. 7박 8일 일정으로 코카서스 3국(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 아르메니아)을 여행한다. 허 의장의 외유는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추진하는 ‘해외 우수 문화·역사·자연환경·관광분야 정책활용을 위한 국외연수’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더군다나 허 의장의 해외여행은 대타기용의 의혹이 짙다. 당초 서울시의회 의장이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서울의 경우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가 임박하면서 의정현안을 이유로 불참키로 하면서다. 아는 바와 같이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현행 지방자치법을 어겨가며 의원보좌제 도입을 밀어부치는 단체로 유명하다.
법을 만들고 수호해야 할 단체의 수장들이 현행법을 뛰어 넘는 월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허 의장은 도의회의 여러가지 현안사항이 쌓여 있는데도 해외여행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도의회도 역시 인턴보좌관제를 둘러싸고 교섭단체간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허 의장이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추진했던 인턴보좌관제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동두천지원특별법 지원을 위해 도민 궐기대회가 열리고 경기도가 동두천 현지에서 실·국장회의를 여는 등 경기도민의 역량을 모아야 한는 중요한 시점에 허 의장은 이미 호주 등지로 해외여행을 떠나 도민들의 빈축을 산 적도 있다.
허 의장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경기도의회 수장이다. 절대권력의 단맛에 길들여지면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