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지자체의 시장실은 리모델링 공사가 잇따르고 있다. 멀쩡하게 사용하던 시장실들을뜯어 내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공사를 실시한 S시의 경우 방학 중인 아이를 데리고 시청을 방문한 한 시민은 왜 멀쩡한 시장집무실을 뜯어 고치고 있느냐며 혀를 차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호화 청사’ 논란이 불거지자 행정안전부가 청사뿐만 아니라 지자체장 집무실 면적 규정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시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를 이달 4일까지 보고하지 않으면 재정적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행안부가 마련한 지자체장 집무실 면적 규정(비서실, 접견실 포함)에 따르면 특별시와 광역시·도, 제주도는 165㎡, 행정구가 있는 시는 132㎡, 행정구가 없는 시와 군·구는 99㎡ 이내여야 한다. 행안부는 이를 어기면 교부세를 내년부터 삭감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교부세는 지방 재정을 보조하기 위해 내려주는 돈으로 교부세가 삭감되면 재정형편이 어려운 지자체들로서는 사업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행안부의 강압적인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일부 지자체 단체장들이 재정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호화청사를 지으면서 단체장 집무실도 넓고 호화롭게 꾸민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당시 여론이 악화됐고 당사자들은 공천조차 못 받거나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압승했다. 이들이 호화 집무실 때문에 낙선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심판을 받은 셈이다. 분명한 것은 호화청사나 집무실을 만들도록 지시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 없다.
그런데 당시엔 수수방관하고 있던 행안부가 민선 5기가 들어서면서 이 같은 기준을 급조해 시행하면서 페널티까지 운운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 하다. 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비용도 만만치 않아 예산낭비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시, 안양시, 성남시, 용인시 등 도내 21곳의 시장실 리모델링 비용은 4억여 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행안부가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면적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화청사로 보기 어려운 지자체들마저 일괄적 기준을 적용해 불필요한 공사를 하고 있다. 교부세 삭감, 담당 공무원 징계 등 페널티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행안부를 보면 지방자치시대는 아직 정착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