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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 길 이름·건물번호… “나는 도로명 주소다”

 

‘길’, 인기 연예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멤버 중 하나인 길성준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매일 걷고 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대해 말하고 싶다. 미국의 영화배우 앤서니 퀸이 매정한 차력사 잠파노로 주연한 영화 ‘라 스트라다’ 에서의 길에는 인간의 삶과 좌절, 애환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에서 길은 판소리 가락과 함께 우리의 한이 담겨 있다.

그리고 황석영 원작의 영화 ‘삼포로 가는 길’에는 고향에 대한 짙은 향수와 회상이 담겨 있다. 길은 소통이다. 전선을 타고 전기가 흘러 전등이 들어오고 빛을 발하듯, 사람은 길을 따라 서로 만나고 소통하며 마음을 전한다. 혈관이 있기에 온 몸에 혈액이 전달되고 생명을 불어 넣듯, 길이 있기에 사람들은 물건을 전달하고 새로운 소식을 전달한다. 길은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연결되어 있다. 길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를 연결하는 끈끈한 매개체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을 만나려면 길을 물어 보아야 한다. 당장 가까운 곳에 예약된 식당이라고 하더라도 모르는 곳이라면 길을 물어서 가야 한다. 달리 말하면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은 상대방이 잘 찾아 올수 있도록 길을 알려 주는 것이다. 7월29일은 길 이름과 건물번호로 이루어진 새주소, 도로명주소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고시되어 이 세상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날이다. 그 동안 도로명주소를 통반장이 전국의 가가호호를 방문해 가며 알려드렸지만, 바로 이 날부터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길 이름을 기초로 한 도로명주소를 법적으로 유효한 주소로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현재 주민등록상에 기재되어 있던 지번주소를 2013년 말까지는 함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며, 도로명주소에 차차 익숙해지면서 사용하면 되겠다. 이제는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도로명주소는 집 옆에 지나는 길 이름과 고유한 건물번호로 나의 위치, 내가 사는 곳인 주소를 간결하게 표기하는 주소체계이다.

따라서 도로에 설치된 파란색 팻말과 건물에 부착되어 있는 번호만 기억하면 골목길도 헤매지 않고 원하는 곳을 보다 쉽게 찾아 갈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발달하였다고는 하지만, 사실 내비게이션의 길 찾기 방법은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도로명주소는 여기에 더해 건물번호까지 알려주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더욱 정확하게 장소를 찾을 수 있다. 가끔 안내를 종료한다는 내비게이션의 멘트와 함께 길을 헤매게 되는 일은 많이 줄어 들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OECD 대부분의 국가들이 역사와 전통, 문화적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소 차이는 있으나 도로명과 건물번호로 구성된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유럽은 당연하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중국도 사용하고 있고 대만, 태국, 케냐도 사용하고 있다. 그 만큼 체계적이고 편리하고 활용도도 높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지금까지 사용해 온 지번주소가 면에 대한 정적인 위치표시라면 도로명주소는 선에 의한 동적인 위치표시다. 그래서 당장은 조금 어색할 수도 있지만 점차 사용하다 보면 머릿속에 그림처럼 위치가 잡혀 나간다는 장점이 있다.

주소가 장부상의 기록이 아닌 생활 속의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해도 어렵게 느껴졌고 지금과 같은 문화적 다양성과 소통의 시대를 열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무슨 전문가들이나 필요할 것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메일과 페이스북, 트위터를 남녀노소, 계층에 관계없이 이용하고 있는 현재를 돌이켜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다구나 온라인으로 책과 옷을 구입하고 신문을 보고 영화를 보게 될 줄 알았을까? 인터넷이 없었을 때 보다 우리 삶의 질과 생활의 모습이 달라졌듯이 도로명 주소도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다양한 길 이름이 우리 생활에 또 다른 활력을 주고 창조적 활동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지금 PC가 앞에 있거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계시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인터넷 검색창에 도로명주소를 입력하고 나의 새로운 주소를 검색해 보는 건 어떨까?

/김기영 행정안전부 지방세분석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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