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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예슬·이재연 양의 ‘동해 외교’

최근 미국이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굴욕 외교’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2명의 여고생이 몽골의 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세계지도에 표기된 ‘일본해’를 ‘동해’로 바로잡아 화제가 되고 있다. 고양시 무원고 3학년 황예슬(18)·이재연(18)양은 지난달 31일 몽골 돈드고비아이막(아이막은 우리나라 도에 해당)의 ‘돈드고비 박물관’에 전시된 세계지도를 찍은 사진을 보고 환호했다. 지도 속의 한반도 오른쪽 바다에 ‘восточное море(바스토치노에 모레)’라는 러시아어가 선명했다. ‘동해’라는 뜻이다. 단짝인 황양과 이양은 지난해 7월 말 봉사 활동을 위해 몽골에 갔다가 우연히 들른 박물관에서 동해를 ‘Японское море(이폰스코에 모레·일본해)’라고 표기한 세계 지도를 발견했다. 왠지 속이 상했다. 가뜩이나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이 밉기만 했던 이들 두 여학생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가 영 마음에 걸렸다. 둘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틈만 나면 몽골에서 본 지도를 떠올리며 주위에 알렸다. 하지만 모두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자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겨울방학인 지난 1월 두 여학생은 박물관 관계자를 설득할 편지를 쓸 준비를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동해와 관련된 자료를 찾고 인터넷을 뒤졌다. 자료 조사에만 3주가 걸렸다. “유럽의 ‘북해’는 유럽 대륙의 북쪽에 있는 바다로, 노르웨이의 남쪽에 있지만 ‘노르웨이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아시아 대륙의 가장 동쪽에 있는 바다는 ‘동해’로 표기해야 합니다.” 편지는 영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영문으로 번역했다. 두 여학생은 지난해 봉사 활동을 주관한 청소년역사문화교육원 김성호 원장을 찾아갔다. 김 원장은 지난 2월 돈드고비 지역 유력 인사인 한 구호재단 이사장이 방한했을 때에 맞춰 두 여학생을 불러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가야금 음악이 담긴 CD와 함께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가 맞다”는 주장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지난 7월 몽골을 다시 방문한 김 원장이 박물관을 찾아가 ‘동해’로 표기가 바뀐 지도의 사진을 찍어서 가져왔다.

정부는 지난 1992년부터 국제사회를 상대로 동해와 일본해 병기(倂記)를 설득해 왔다.

그러나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한 비율은 28%에 불과하다. 2002·2007년 IHO총회에서 동해 표기방안을 확정짓지 못한 채 이번에 미국이 일본해 단독 표기 입장을 내놓은 것은 외교력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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