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하늘까지 이어진 세상에서 가장 긴 끈
1.2센티미터 2.8센티미터 3.5센티미터로 끊은
하나도 같은 크기로 끊은 게 없는
랜덤의 극치 무작위의 절정 카오스의 완성인
세상에서 가장 긴 끈을 수천수만 수억마디로 토막 낸
땅에서 하늘까지 잘라 놓은 끈들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끈이 끊어졌다 길게 이어졌던 끈
누군가 수없이 다양한 찰나의 속도로 칼을 들어 밴
머리와 가슴팍에 떨어진 짧게 아주 짧게 패대기쳐 조각난
비수처럼 수직으로 꽂히는
날까로운 비 적이 던진 표창처럼
칼날을 번뜩이며
천둥과 번개 사이 머리와 가슴에 꽂힌 비
온몸이 빗줄기에 흥건히 베였다
시인 소개: 1958년 서울 출생.1992년 <월간 현대시>, 1996년 <계간 문예중앙>으로 문단 데뷔
고려문화 편집위원과 출판 기획자로 활동
시집으로 <가난한 천사> <시공장공장장> <기인한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