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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라우트는 오고 있는가?

 

얼마전 제주도 올래길을 5시간에 걸쳐 천천히 걸은적이 있다. 평소 느리거나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필자로서는 일행이 있어 할 수 없이 걷게 된 일정이었다. 격하게 땀흘리고 운동량이 많은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고역이 아닐수 없었다.

어느 정도 걷다보니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느릿느릿 따라오며 제주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가까운데 좋은곳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맑은 공기를 크게 받아들이며 걸었다. 조금 지나니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예정지인 서귀포의 강정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낯선 여러 가지 색깔의 깃발과 구호판이 육지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육지로 각각 함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해군기지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안보론과 경제론으로, 혹은 감성과 논리로 나뉘어 격렬한 토론과 주장을 펼치고 있다. 찬성하는 입장은 한반도의 비상한 유사시에 군사기지로서 기능할 해군기지의 전략적 목적과, 기지 건설에 투하되는 향후 소비가 예측되는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다. 반대하는 입장은 군사기지 유치가 제주도에 결정적인 형질 변경을 가져오고 결국 주민의 삶에 심대한 변형을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기지건설로 인해서 전장의 한복판에 노출될 주민의 생사와 삶의 질을 걱정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이제 그 정도가 넘어서 공권력을 투입한 강제집행이냐? 아니면 주민들의 강정의 풀한송이 꽃한송이도 건들지 말라! 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폭풍전야와 같다. 모두가 일리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현존하는 사회철학자이자 언어학자인 노옴 촘스키가 대단히 중시하며 언급한 사상이 있으니 곧 프라우트(PROUT)이다. 진보적 활용주의인 프라우트(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는 인도의 P. R. 사카르에 의해 주창되었다. 프라우트는 개인주의가 최고의 가치이며,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함으로써 모든 이들이 혜택을 받게 된다는 자본주의의 환영을 거부한다. 그리고 글로벌 자본주의의 폐단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앞으로 올 이상사회의 모델을 통합적 거시경제 모델로 제시한다. '모든 이들의 복지’를 지향하며 사회적·경제적 지역 및 그 지역 사람들에게 발전과 혜택을 주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으로 사람들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해 줌으로써 인간의 세 가지 영역인 물질적, 정신적, 영적 측면을 지원하는 경제체제를 추구한다.

프라우트의 비전 가운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은 프라우트가 새로운 세상을 보는 비전을 단순히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인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교육, 남녀평등, 영성을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개발이 가능한 비전을 자급자족경제, 협동조합, 환경보존의 영역으로 확대한 것은 의미있다고 본다. 생활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특별히 소개하는 것은 ‘단순한 삶을 살라’는 것이다. 경제가 하강할 때를 대비해 생활방식과 경제적 상황에 단순하게 살아가는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본인과 가족에게 꼭 필요한 것만을 살 것, 사용하지 않고, 원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없앨 것. 비물질적인 행복과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것 등이다.

이렇듯 프라우트가 지구촌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톱질하는 것으로 비유되는 오늘날의 사회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의 모든 군대들보다도 강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때가 무르익은 사상이다” 이것은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노력한다면, 우리의 경제시스템은 보다 더 민주적이고 생태보호적이며, 누구에게나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체제로 나아갈 것이며, 우리의 마음은 착취와 무한경쟁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이웃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좋은 대안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 실행가능성을 생각하며 내려오는 올래길의 해변가에는 해군기지 결사반대라는 구호들이 깃발에 담겨 어지럽게 펄럭이고 있었다.

무조건 철수라는 붉은 글의 깃발과 함께 옆에 세워진 커다란 철판 게시판에는 전투함대의 모양이 구멍으로 뻥 뚫려져 있는데, 그사이로 보이는 남녁의 바다풍경은 평화롭고 잔잔하였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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