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하면서 정치권이 일파만파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국민들은 주민투표를 ‘좋은선거’ 혹은 ‘나쁜선거’라고 규정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펴며 대치하는 국면을 놓고 가뜩이나 어지러워 하는 마당에 오 시장의 시장직 투척 선언으로 더욱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오 시장은 9일전 대선 불출마 선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결정이 정치적 계산이 아닌, 복지포퓰리즘의 폐해를 막으려는 충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오 시장의 사퇴에 반대하는 서울시 유권자가 70%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시장이라는 점에서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지난주 조사해보니 주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시장직을 사퇴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66.7%로 ‘사퇴 찬성’ 의견(14.4%)을 크게 웃돌았다. 더욱이 여당 지지층은 물론 야당 지지층에서도 사퇴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주민투표가 정치놀음이나 정치싸움으로 왜곡·변질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유권자의 바람과 달리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 대상으로 변질하면서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전면적 무상급식이냐, 단계적 무상급식이냐에 대한 찬반을 묻고자 한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투표 참가냐, 불참이냐를 놓고 볼썽사나운 줄다리기를 벌이는 형국이다. 정책은 사라지고, 정쟁만이 남은 꼴이다. 투표 참가를 호소하는 쪽이나 불참을 독려하는 쪽 모두 머릿속은 온통 내년 총선과 대선 생각으로 꽉 차 있는 것이나 아닌지 궁금할 뿐이다. 그 의도와 상관없이 이번 주민투표는 더욱 극명하게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띨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우리는 지금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물가와 취업난 등으로 생활이 팍팍하다. 여기에다 미국의 신용등급하락과 유럽쪽의 국가재정난 등 작금의 국제 정세도 우리의 현재를 압박하고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부동산투기에 위장전입은 물론 전관예우로 상상도 못할 고액의 보수를 챙기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정치권의 작태를 믿고 따를 수 없다. 이번 주민투표로 이땅에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을 잠재울 수 있을 까 하는 기대도 어렵게 됐다. 24일 치러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진정한 의미에서 승자는 없고 상처만 남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