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의 원조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다. 2년여의 논란끝에 그는 무상급식의 실질적인 승리자가 됐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개표 요건인 33.3%에 못미치는 25.7%의 투표율을 기록함으로써 무산되자 김 교육감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함량미달의 복지인식과 비이성적·독선적 정치행위를 시민들의 힘으로 다시 한번 심판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환영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해온 전면 무상급식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은 뻔하다.
지난 2일 김교육감은 무상급식 창시자로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무상급식은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의 대상이 아닌 교육권과 인권의 영역”이라며 훈수했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은 전체 초등학교의 92.8%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2013년까지 유치원과 초·중학교 전체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도의회의 반발에 여러움을 겪고 있지만 순탄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렬은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보편적 무상복지’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반면 입지가 좁아진 한나라당은 복지정책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몰렸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번 투표결과는 내년 4.11 총선과 12.19 대선에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야당과 선별적 복지를 내세운 여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예상되는 파장 가운데는 우선 투표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한 오세훈 시장의 거취를 지적할 수 있다. 오 시장은 투표가 끝난 직후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이미 주민투표에 180여억원의 세금을 썼는데 다시 보선에서 300여억원의 혈세가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자치단체의 정책에 관한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지 못하고 극한 상황으로 몰아간 오 시장과 시의회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며 양측을 지원한 여야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엇보다 야당측은 이번 투표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자만해서는 안될 것이다. 야당은 이번 투표에서 ‘나쁜 투표 거부운동’을 펴왔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한 25.7%의 유권자들은 선별복지를 지지하는 층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날 투표 참여자 215만7천여명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곽노현 후보자의 득표수 146만명보다 훨씬 많다는 점과 그동안의 재보궐선거 투표율에 비해 높은 투표율을 보인 점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