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오블리주’란 프랑스말은 일반적으로 부유층이나 사회지도층이 높은 도덕성을 가지고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할 것을 요구하는 단어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지도층들의 병역기피, 부자들의 편법 상속, 기업들과 이른바 가진 자들의 탈세·탈법 등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문제를 비판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지도층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런데 외신보도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부호들이 세금을 더 내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의 재정적자 축소를 돕기 위해 부자들이 스스로 ‘부자 증세’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각) 프랑스 로레알의 최대주주인 릴리안 베탕쿠르, 소시에테제너럴의 프레데릭 오데아 CEO, 에어프랑스의 장시릴 스피네타 CEO 등 16명의 프랑스 부호들은 프랑스 주간지인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프랑스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낼 것을 제안하는 청원서를 발표했다. 이에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바로 최고 소득자들에게 세금을 인상하고 자본이득세를 높이는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부자들에 대해 증세하라’는 내용의 기고를 했다. 이후 ‘부자증세 효과’(일명 ‘버핏 효과’)가 프랑스 등 유럽 대륙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워런 버핏 회장의 재산은 지난 2008년 10월 기준 약 580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친구인 빌 게이츠의 재단에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고 2007년에는 21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해 전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준바 있다. 워런 버핏은 친구인 빌 게이츠와 함께 부자들을 만나 기부를 권유하는 등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개 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라’고 했다. 워런버핏이나 빌 게이츠, 16명의 프랑스 부호들은 자신이 축적한 부를 ‘정승처럼’ 쓰고 있다. 이들의 선행이 우리나라 부자들에게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전기한 것처럼 우리나라 부자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들이 별로 없어 국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심각한 재정위기 속에서 오히려 ‘부자감세’를 고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프랑스처럼 사회적 책임의식을 느끼는 부유층들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