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복한 주류·비주류 간 감정의 골이 서울시장 보선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와 세력간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기선제압을 위한 전초전에 들어간 것으로도 여겨진다.
일단 비주류 모임인 민주희망2012에 소속된 당 최고위원들은 손학규 대표와 선긋기에 나서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정인사가 여론조사 지지도가 높아 후보로 삼는다면 대선을 치를 필요가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정권 이양하면 된다”, “외부인사를 영입하는데 신경쓰다가 시간을 보냈다”며 당내 경선을 요구했다.
천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보선을 다루는 손 대표를 향해 ‘제왕적 총재’라고 맹비난한 데 이어, 민주당이 공들여 만든 3+1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겁쟁이 복지’, ‘눈치보기 복지’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희망모임 소속 정동영·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달 30일 조찬모임을 갖고 손 대표에게 ‘자유롭고 공정한 경선 보장’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명숙 추대론 내지 외부인사 영입론’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에서다.
손 대표측은 이런 기류를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손 대표 입장에서 이번 보선은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야권 대통합의 시험대여서 리더십을 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지지율이 정체 내지 하락 흐름을 보이는 와중에 보선의 패배는 손 대표를 위기로 내몰 수도 있다.
손 대표측 관계자는 “대표를 공격해 선명성을 내세우는 방식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서로를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야권의 여망인 대통합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자중자애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친노 진영도 한명숙 전 총리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다.
한 전 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후보 중 압도적 선두인 것으로 나타나자 서서히 분위기 조성에 나서며 선거전 채비를 갖춰나가는 듯한 인상이다.
한 전 총리가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현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대표되는 친노 진영이 총·대선 국면에서 큰 힘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