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윤리관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윤리관과는 사뭇 다른것 같다.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무소속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표결에 붙였으나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아 부결처리돼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지난해 7월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제2회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사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의 얼굴을 본다. 토론할 때 패널을 구성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못생긴 애 2명, 예쁜 애 1명으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이 집중된다” 고 말하고 심지어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는 등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자진 탈당 권유를 거부하다 제명처분을 받고 출당됐다. 특히 문제 발언을 증언한 학생을 위증으로 고소하는 등 상식 이하의 무리수를 두다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 의원은 지난 5월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의원직을 유지해 오고 있다가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제명안 표결에서도 부결처리돼 오히려 당당한 모습으로 국회를 드나들게 됐다.
더 놀라운 것은 국회의장을 지낸 바 있는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이 적극 변호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김 의원은 무기명 표결이 시작되기 전 발언대에 나와 “여러분은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저는 그럴 수 없다” 고 발언했다고 전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잘했어”, “살신성인 했어”라며 호응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표결결과를 봐도 한심하기 짝이없다. 강 의원 제명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의원 25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134명 등으로 부결됐다. 국회가 또다시 동료 의원의 비리를 감싸고 도는 구태를 되풀이한 것이다. 성희롱 범죄를 저지른 동료의원을 또다시 단죄하지 못한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에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지난 5월 강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통과시켰을 때 국회본회의 제명 처리 절차를 신속히 매듭짓는 것으로 국회의 도덕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바 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윤리특위에 이어 본희의에서도 제명안을 통과시켜 공석에서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는 그릇된 행위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믿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이제 국회의원들의 무모한 ‘제 식구 감싸기’는 실망을 넘어 유권자의 비아냥 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땅에 떨어진 국민적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