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얼마전 4대강 사업이 한창인 낙동강을 다녀왔다. 2박 3일동안 낙동강 상류의 영주댐을 시작으로 상주보, 낙단보, 합천보 등 댐 건설 현장과 낙동강과 지천이 합류하는 곳들의 역행침식 현장, 농지 리모델링 사업 현장, 금번 폭우에 붕괴된 왜관철교 등을 두루 둘러보았다. 국회 국토해양위원으로서 4대강 사업 현장을 여러 번 다녀보았지만, 이번 현장 방문에는 보다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기 위해 독일의 저명한 하천학자인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를 비롯하여 서울대 김정욱 명예교수, 관동대 박창근 교수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함께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다뉴브) 운하 설계에 참여했던 당사자로서 파나마 운하 설계에 참여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벤치마킹 사례로 들먹이던 나라가 독일이었는데, 막상 독일의 하천전문가의 눈에 비친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강을 죽이는 공사였다. 베른하르트 교수도 현장조사 초반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자 하는 듯 했으나,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준설토와 마구 파헤쳐져 흉물이 되어가는 강변을 바라보며 언빌리버블(unbelievable, 믿을 수 없는)이라는 단어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조사를 마친 뒤에는 눈물마저 글썽이며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한국에서 왜 이런 공사를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장을 보지 않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공사현장은 한마디로 참혹했다. 당초 정부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하기 전인 6월말까지 주요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이 약속이 언제까지 지켜질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함께한 모든 사람들은 4대강 사업이 훗날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할 수 있었다. 이 공사가 얼마나 많은 환경피해를 유발할 것인지 한 마디로 ‘헛 공사 헛 준설’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의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지적된 사안들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간과하고 있는 몇 가지 부분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4대강 사업의 문제는 16개 보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총사업비 22조원, 공구수로 치면 170개 공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큰 낙동강이 92건, 한강이 27건, 금강이 28건, 영산강이 17건, 섬진강이 6건이다. 그동안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16개의 대형 보 건설에 촛점을 맞춘 나머지 여타 다른 공구들에 대해서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보가 속하지 않은 공구에서도 공사의 문제점은 똑같이 노출이 되고 있다. 곳곳에서 하천유지공이 휩쓸려 내려가거나 제방이 침식되고, 식재한 나무들이 벌써부터 말라죽어가고 있다.
두 번째로 4대강 사업은 끝이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평균수심 6m를 유지하기 위해서 준설을 계속해오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준설을 하면 할수록, 상류에선 토사가 침식되고 하류에선 재퇴적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재퇴적된 토사를 다시 준설을 하고, 또다시 침식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었다.
과연 언제까지 준설을 계속할 것인지, 무슨 기준으로 준공이라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특정일을 기준으로 멋들어진 준공식을 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추가로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번째로 4대강 사업 이후에 대한 것이다. 정부는 벌써부터 4대강 사업으로 후속사업으로 또다시 20조원이 넘는 지천정비 사업을 구상중에 있다. 무리한 본류 준설로 지천이 침식되자 이를 빌미로 지천을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이 정부가 지금껏 해왔듯이 4대강 식으로 지천을 정비하게 된다면,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도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지만, 또다시 국민의 피같은 세금을 정권의 치적을 홍보하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
/백재현 국회의원 (민·광명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