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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시인과 포도밭

시인 신동문(1927~1993)은 1965년 ‘신동아’에 ‘바둑과 홍경래’를 발표하고는 절필(絶筆)을 선언한다.

한창 시적(詩的) 성공을 거두고 있던 그로서는 예상 밖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는 서울을 떠나 충북 단양으로 내려가 포도밭을 일궜다.

당시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는 단양읍내에서 버스를 타고 중앙선 철로를 따라 가다 꽃거리 나루에서 배를 타고 남한강을 건너 수양개에 내려서도 한참을 가야만 하는 오지였다.

시인은 이곳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한편 독학으로 침술(鍼術)을 배워 환자들을 돌봤다.

포도가 한창 익어가는 계절이다.

포도하면 먼저 포도주가 생각난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포도주 생산국이다. 프랑스 3대 포도주 원산지 가운데 하나인 보르도 산(産) 포도주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중세부터다.

역사가이며 지리학자인 로제 디옹은 그의 저서 ‘프랑스의 포도와 포도주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224년부터 영국에서 소비되는 포도주의 4분의 3을 공급하는 지역은 가스코뉴 지방, 즉 보르도였다.”

이러한 오랜 전통을 가진 보르도에서는 해마다 연주회를 곁들인 각종 포도주 축제가 열린다.

류기봉(46)은 남양주시 진접읍 장현리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농부 시인이다. 1998년 봄, IMF 외환 위기로 나라 안팎이 온통 시끄러울 때였다

류기봉을 시단(詩壇)으로 이끈 스승인 김춘수(1922~2004)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예전에 프랑스를 여행할 때 시골마을에 있는 포도농장엘 들렀는데 포도와 포도주만 파는 게 아니라, 그림도 걸어 놓고 연주회도 하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고. 그러고는 “류군. 자네가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나?” 이것이 계기가 돼 그해 9월 첫째 주 토요일에 포도밭 축제를 열기 시작한 것이 올해로 14회째를 맞는다.

햇포도를 수확하는 3일 오후 2시부터 열리는 포도밭 예술제는 시 낭송과 음악회, 그림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참가자들은 시인들이 무명천에 시를 써 드리운 싱그런 포도나무 아래서 시를 읽고 노래를 부른다.

올해는 특히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남양주시에서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예술제로 꾸며진다.

21년 째 포도농사를 지으며 최근 들어 유기농만을 고집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포도밭은 원고지이고, 포도는 시라고 했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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