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지동은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국도 1호 중간에 있는 마을이다. 이곳은 정감 넘치는 골목길들이 즐비하다. 다시 말하자면 개발이 되지 않은 지역으로 서민들이 사는 동네다. 언뜻 노인들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이곳에서 찍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다. 그런만큼 사람들의 정이 아직도 살아있는 지역이기도 한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수원시가 추진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인 ‘마을르네상스’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런데 이 지역의 마을만들기는 다른 지역과 체감온도가 다르다.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이다. 지난 주말인 3일과 4일 이 지역의 한 골목에서는 ‘지동창용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벽화 작업이 실시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의 모둠인 수원청년회 회원 30여명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허름한 골목에 멋진 그림을 그려 놓았다. 이 골목엔 이미 주민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 수기회라는 사진모임도 달라지는 골목길을 기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주민들이 참기름 냄새가 솔솔 풍기는 먹음직스런 비빔밥과 하루 전에 담근 김치, 떡, 막걸리를 느티나무 아래에 넉넉하게 펼쳐놓았고 마을은 잔치판이 돼 버렸다.
지동 마을 만들기가 흐뭇하게 생각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동 주민과 지동주민센터 공무원, 그리고 지역사회 봉사자들이 하나가 되어 마을을 가꿔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 좋아 보이는 남장우 동장과 열정이 넘치는 기노헌 팀장, 그리고 표영섭 주민자치위원장, 윤영근 마을만들기추진위원장 등 모든 주민들의 열의와 정을 느낄 수 있었다.그런데 이 뿐만이 아니다. 벽화만 그려진다면 다른 지역 마을 만들기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기노헌 팀장이 설명하는 골목길 매력을 활용한 아이디어들은 다양하고 신선했다.
치와 봉돈, 포루 등 성곽 시설물과 연계된 지동 골목길의 매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폐가를 이용한 쌈지공원과 느티나무 북카페 조성, 오래된 담장의 접이식 평상, 공터를 이용한 다랑이 밭, 옥상 위 텃밭, 그리고 이 채소를 활용한 마을기업 운영, 지동시장과 연계한 '골목길 투어'도 계획 중이었다.
또 11월 중엔 골목길 축제를 개최하며, 오는 23일에는 지역 주민의 주택 옥상에서 지동마을 옥상음악회도 열 예정이란다. 아예 이사 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마을, 지동창용마을만들기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