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 퇴치 제조기로 유명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놓고 말들이 많다.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심리를 대변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직까지는 안 원장의 파괴력을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어느 언론기관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는 기존 정당 후보들의 2배를 뛰어 넘는 높은 지지도를 보이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가히 ‘안철수 현상’ 이라고 할 정도로 그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안 원장은 지금까지는 어느 정당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며 무소속을 고집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래서 여야의 고민이 깊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5일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야권 대통합의 시발점이고 시금석”이라며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한배를 타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에 관한한 후보 단일화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발언으로 들린다. 홍준표 대표는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일 충남 천안 ‘지식경제 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당 의원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다자간 구도가 되면 좋다. (안 교수와의 대결은) 우리도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담조로 “안 원장이 나온다고 하느냐. 내일은 영희도 나오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은 5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초반 여론조사에서 돌풍을 일으킨데 대해 “한나라당은 안철수의 존재를 백신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을 통한 정치현상에는 부인할 수 없는 국민 정서가 담겨있다고 풀이하는 것 같다.
안 원장의 돌풍에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 구도의 핵심변수로 떠오른 이는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다. 그의 측근인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4일 한 언론에 “박 변호사의 출마 의사가 확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계는 잠재적 경쟁후보군인 이들을 내년 대선정국에서 마주하는 것 보다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간’을 보는 것이 낫다고 보고있다. 이렇게 본다면 한나라당은 지금과 같은 보궐선거 구도를 즐기는 눈치다. 기존 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표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며 안 원장이나 박 변호사가 범야권 성향이어서 해볼만하다고 보고 있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