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이 그 직에 앉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현행법 위반에 변명으로 이어지는 청문회는 사람을 참 우습게 만든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장관자리에 앉힐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속이 타들어가지만 그 사람은 장관에 취임하고야 만다.
그래서 정부는 점수를 많이 잃었다. 국가 지도층 인사의 덕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나라를 보위하고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담보하는데 스스로의 희생을 아끼지 않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 고위층의 상당 수는 국가와 국민보다는 자신의 치부와 안위를 위해 도덕적 양심을 내팽개친지 오래다.
무엇보다 자신들만 챙기는 지도층의 소인배적 처신 중에 병역의무의 불공정 행위는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다. 나라를 지키는 일에 서민은 목숨을 내놓고 피 흘리며 희생하는데 반해 지도층은 뒤로 빠져 보신하고 있다가 과실만 따먹으려 한다면 과연 이게 말이 되는가.
국회 안규백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정부 고위층 자녀 병역이행 현황’에 따르면 현 정부의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차관급 자녀의 40%가 상대적으로 편하고 안전한 이른바 ‘꽃보직’에서 병역을 이행했거나 복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장남은 서울 미8군 한국군지원단에서, 청와대 고위급 장남은 경기 고양시 육군56사단에서 부관병(행정병)으로 복무했다고 한다. 국방부 모 차관의 장남은 지난해 3월부터 전자제품 생산업체의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대신하고 있다.
일반적 군의 보직 배치 기준으로는 행정·보급·정훈·정보·어학병과와 대도시 산업특례 보직은 1% 안팎의 극소수에 그친다. 그러데 이런 자리의 대부분을 권력층의 자제들이 차지한 것이다. 특히 좋은 보직과 함께 집 가까이서 근무할 기회를 얻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급 3명과 장차관급 12명은 아들을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자리에 보냈다.
단순히 우연으로 보기엔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군대에 가서 편안한 보직을 맡아 근무하는 것은 그래도 덜 민망하다. 행정안전부 모 차관 등 3명의 고위층 자녀들은 24세 이전에 출국해 현재까지 징병검사 자체를 연기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고위층은 국가와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도덕적 양심을 회복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의 준엄한 질책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국민들은 선거때만 되면 집권측에 표를 주지 않는다. 공정사회는 고위직은 예외인가보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