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절 가족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다 보면 금새 내년 대통령 선거 이야기로 화제가 돌아갈 것 같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이야기가 단연 압권이다. 언론은 벌써부터 안 원장과 대세론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가상대결 여론조사로 흥을 돋우고 있다.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를 근소한 차로 앞서가는 형국이지만 내년 대선까지 안 원장 ‘열풍’이 이어지리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는것 같다.
벌써부터 ‘도대체 안 원장이 누군데’라는 의문부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무조건적 반발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또 한가지 덧붙인다면 중소기업을 운영한 경험으로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되느냐는 소리도 들린다. 조직과 기반 없이 험란한 정치권을 어떻게 수습해 갈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신드롬’이라 불리는 그에 대한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소리가 많다. 비정치권에 속했던 안 원장의 행보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우리의 정당정치가 위기를 맞았다는 경종을 울린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과 같은 빅매치에서 여야는 관심의 뒷전으로 물러나고 비정치인이 관심의 초점이 된 것부터가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치권이 ‘안풍(안철수 바람)’과 ‘박근혜 대세론’을 놓고 연일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지난 4년간 30%대의 안정적인 지지율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 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이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안풍’에 휘청거리고 있는 탓이다.
안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제 관심은 안풍·박근혜 대세론의 향배와 향후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이다. 그러나 원장 돌풍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지만 결국 거품이 빠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없지 않다.
반면 친박 등 여권 일각에선 안풍이 일시적이지는 않겠지만 ‘실체 없는 바람’인 만큼 결국 위력이 약화되면서 박근혜 대세론이 다시 힘을 받지 않겠느냐는 반론을 제기한다. 한 친박 의원은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는 후보단일화 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안풍이 앞으로 계속 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고,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안 원장이 검증무대에 오르면 거품은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안풍과 박근혜 대세론 논란은 대선정국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야 모두 “이미 대선은 시작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추석절 연휴에 정치권 이야기를 단골메뉴로 올려 가족들과 갑론을박 하는 것도 우리 정치발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