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추석도 끝났다. 예전에 비해 점차 추석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번 추석은 다른 해보다 유난히 쓸쓸했던 것 같다. 우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고 또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 때문에 추석 상차림에 마음고생을 많이 해야 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 소리 친 위정자들은 이번 추석에 ‘국민적 안주감’이 됐다. 나라살림과 관련된 좋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 가운데 가계 빚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물가는 2년 만에 정점을 찍었으며 그 사이 가계 저축률은 연거푸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뿐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 빚은 876조3천억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를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인 1천737만9천667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빚은 5천42만989원씩이다. 통계청이 밝힌 현재 인구 수 4천899만여명으로 나누면 1인당 빚은 1천788만여원이 된다. 한 가구가 연간 내는 이자는 103만원을 넘어섰다. 큰일이다. 뿐만 아니다.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도 크게 올라 국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누르고 있다. 7월 시중은행의 잔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연 5.83%로 2009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2금융권의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신탁대출금리는 연 6.05%로 전월보다 0.21%포인트 올랐다.
점차 불어나고 있는 빚과 물가 급등 속에서 당연히 가계 저축률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 전망은 3.5%로 OECD 24개 국가 중 21위를 기록했다. 2005년 7.2%에서 불과 6년 만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OECD는 내년에도 3.5%일 것으로 전망한다. 저축률 하락은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킨다. 더구나 가계부채가 증가함에 따른 가계저축률 하락은 직접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드리운 경제 먹구름은 쉽게 걷힐 것 같지 않아 답답하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별로 신통치 않아 보인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결국 5% 선을 돌파하면서 정부의 물가관리에 대한 신뢰도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물가는 자꾸 올라가고 가계빚은 늘어나고…
이는 곧바로 가정붕괴로 이어지며, 심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도 하게 되는 것을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다. 어느 학자의 말대로 경제란 그래서 ‘살림’이다. 정말로 나라를 살리고 서민을 살릴 ‘살림을 잘하는 인재’는 이 나라에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