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시간제나 일용직, 임시직, 계약직으로 일하는 근로자다. 비정규직 대책마련의 목소리는 수년전부터 있어왔지만 크게 개선된 것은 없다. 정부집계로 지난 3월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577만명에 이른다. 경제활동인구 1천700만명의 33.8%에 해당하는 규모다. 건설 일용직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50.4%인 859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극도의 ‘해고 공포’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가공할 폭발력을 지닌 ‘시한폭탄’과도 같은 사회 현안으로 떠올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최근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골자는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와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시정이다.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저소득 근로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한다. 정부가 보험료의 3분의 1을 부담하겠다고 한다.
택배·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산재 보험 적용도 확대된다. 비정규직 차별 시정책은 동종·유사 업무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차별 시정 명령을 거부하면 최고 1억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차별 개선 지침도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 선으로 유지토록 하는 지침 제정은 이번 대책에 빠졌다.
이런 점에서 실효성은 미지수다. 노동계는 사회보험료 지원, 차별 시정, 사내 하도급근로자 보호 등 여러 면에서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재계에서는 비정규직 고용 규제만 지나치게 강화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고용 주체인 기업의 사정과 노동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에 비춰 이번 비정규직 대책이 관련 입법 등을 통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친서민 정책으로 비정규직 대책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표(票)퓰리즘’ 행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의 비정규직 해법 모색이 표퓰리즘의 소산이라면 비정규직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기대난망이다.
생산 현장에서는 비정규직을 인건비 절감차원에서만 보는 기업의 인식에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키는 다른 하나의 걸림돌로 비정규직을 포용하지 않는 정규직의 이기적 행보를 꼽는 노동전문가들도 있다. 정규직 노조가 누리는 혜택을 비정규직과 똑같이 나누고, 고통은 함께하겠다는 실천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