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론조사결과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 그대로 적용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해석은 맞다. ‘안풍(안철수 바람)’이 당분간 거세게 불거라는 예측 말이다. 그리고 기종 정치권에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는 사실이다. 추석민심을 전한다며 언론기관이 행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풍’과 ‘박근혜 대세론’의 경합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쉽게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한 거 같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패닉상태에서 일손을 잡지 못하고 편을 나눠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는 현실이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정치권의 해석은 적중하고 있지만 뽀족한 대책은 없다. 앞으로도 별 대안이 나올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올해 ‘추석 민심’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의 향배를 점칠수 있다는 점에서 예년에 비해 관심이 높았다. 특히 최근 갑자기 불어 닥친 ‘안풍’으로 정치권의 지형에 큰 변화가 올 것이란 전망 속에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 뜨겁게 달아 올랐다.
그러나 국민들의 더 큰 관심은 추석상 차리는데 예년에 비해 터무니 없이 많이 들어간 돈이었다. 올해 추석 밥상에선 안풍과 박근혜 대세론에 못지 않게 살인적인 물가 상승, 경기 부진, 고용 불안 등 경제 문제와 사회 양극화와 복지문제 등 사회 문제, 그리고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와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준 투표가 무산된 것도 비난의 도마위에 올랐다. ‘안풍’ 속에서 반성하는 듯한 시늉을 하던 국회가 또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에 대한 무성의하기 짝이 없는 국정조사와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무소속 강용석 의원 제명안 비공개 부결처리는 이미 국회의 자화상을 보여줬다.
이래놓고 정치권이 무슨 희망을 국민들에게 전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간다. 여야 정치권은 정권 장악과 선거, 조직 이기주의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와 불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꿈과 희망을 주는 정책 개발과 추진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혐오에서 생긴 것을 깨닫고 뼈를 깎는 반성이 촉구된다. 이런 반성이 없으면 제2, 제3의 ‘안풍’이 불어닥쳐 정치권을 재편해 버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추석 민심이다.
‘안풍’은 사실상 기존 정당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각 정당은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차린 채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