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격돌이 벌어질 태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10월 26일 치러질 예정이니 불과 4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 모두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충격’을 벗어나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시장이 어떤 자리인데 이토록 ‘야단법석’일까. 관록의 국회의원들이 의원 뺏지를 벗어 던지고 도전장을 내미는걸로 봐서는 괜찮은 자리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렇다면 서울시장 자리가 대통령으로 가는 길목 쯤으로 생각해도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많은 경기도지사 출신들이 대통령 자리를 꿈꿨지만 청와대 주변에도 가보지 못한 것을 보면 서울시장은 여타 광역단체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수도로서 국내 유일의 특별시이자 인구 1천만명에 예산 20조원의 글로벌 도시인 서울의 종합 행정을 이끄는 수장이다. 여기에 전직 서울시장들의 위상과 역할이 한국 현대사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민선시대 이후 정치적 위상도 높아져 ‘소통령’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광복을 맞은 이듬해인 1946년 초대 서울시장을 맡은 김형민 시장부터 지난달 사퇴한 제34대 오세훈 시장까지 모두 30명(4명 연임·재임)이 서울시장을 지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대통령이 됐고 2명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았다. 제2대 윤보선 시장이 대통령을 지냈고 제32대 이명박 시장이 현 대통령이다. 제8대 허정 시장과 제22,31대 고건 시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임명직으로 시장이 배출되다가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으로 제30대 조순 시장부터 본격적인 민선시대가 열렸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조순 전 시장은 1995년 민선시장에 올랐다가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 위해 1997년 9월 시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현직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전 시장을 포함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대통령선거 때마다 대선 출마 후보군에 드는 등 정치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이같은 서울시장의 정치적 위상 변화로 인해 ‘서울시장=대통령이 되는 길’로 인식하는 사람들까지 늘고 있다.
선거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재미있는 결과도 예상할 수 있다.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를 이룬 박원순 변호사가 만에 하나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내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욕심이 생긴다면 말이다.
/안병현 논설실장